오영호 세화고 3학년 부장

수업을 듣는 학생은 3분의1 남짓, 나머지는 자거나 눈은 떠 있지만 집중을 안한다. 밤 늦게까지 선생님은 수업에 열을 올리며 설명을 하지만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정규 수업도 모자라 방과후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어진 야간자습시간, 학원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이 삶은 주말, 그리고 방학 내내 이루어진다.

과연 20~3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가. 이러한 삶이 과연 정상적인 교육인가.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과 맞물려 김상곤 교육부장관 내정자의 교육철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 고교학점제 시행 및 수시 정시 비중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다.

다 필요 없고 정시로 수능 100%를 실행하라! 그것이 제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이다! 즉,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도록 수능이라는 공정한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깔려 있는 반응들이다. 더군다나 '정유라'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폐해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감정에 휩싸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이며, 과거가 아닌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이제까지 우리가 피상적으로 느껴왔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왔다고 본다.

우선 기존 수능의 문제점을 보자. 객관식 시험, 찍어도 되는 시험, 너무 정형화된 나머지 스킬만 가르쳐도 어느 정도 문제를 맞힐 수 있는 시험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그 결과 교과서 대신 EBS 문제지의 내용만 암기한다. 대학간판이라는 성공을 위해 이런 내용들로 교육이 이뤄져도 괜찮은 걸까.

요즘 교육의 화두가 되는 '하브루타', '질문이 있는 교실', '거꾸로 교실', '과정중심교육과정', '학생부종합', '4차 산업혁명' 등의 공통점은 결국 교육과정에서 학습자의 주도권 회복이다. 예측할 수 없는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엄격하게 어느 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 즉 창의적 유연성과 통합성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단순 암기 위주의 수능 등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일본 역시 우리의 수능시험과 같은 센터시험을 2020년 폐지했다.
혹자는 말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왜 꼭 개천에서 용 나야 하는가.

상위 1%만 다닐 수 있는 대학의 졸업자들만 잘사는 세상이 과연 객관적이고 정당한가. 오히려 작은 음식점에서 자신의 레시피로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요리사에게 공부 못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 더 불공정한 것 아닌가. 우리는 이제 교육을 넘어 교육복지, 그리고 사회복지의 질을 생각할 시기이다. 대학을 신분상승 수단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에서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우리 도민들은 예전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밭과 소를 팔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해 왔다. 그것만이 이 좁은 바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 및 인공지능의 시대에 입신양명의 지름길로 여겼던 대학들이 이제는 취업양성소로 바뀌고 말았다. 분명 그 위상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결국 남과 비교하면서 얻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금메달 선수만 행복해 하는 세상이 아닌 열심히 땀 흘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변화하는 시대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자세이다. 입시변화에 따른 대책은 결국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길과 같다.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으려는 노력과 자기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학교를 믿고 서로 도우며 나아가는 아주 평범한 길을 다시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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