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능이 중요한 이성적 상품과 느낌이 중요한 감성적 상품이 구분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 활발해지는 요즘에는 복합적 기능을 이해시키기 위해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과거 코카콜라가 탄산음료라는 기능적 컨셉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시대와 달리 탄산음료라는 단어로 느낄 수 있는 환경적 영향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고려한 감성적 시장 접근이 필수적이 된 것이다.

특히 양적인 시장점유율 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점유하여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품인지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감성적 영역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나의 것을 넘어 우리의 것이라는 감정이 생겨날 때 가능하다. 그렇기에 종일 붙어 지내는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시장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는 상품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사용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사용 전 후의 타인과 정보를 교환하는 경험까지도 상품을 평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농부일기를 공개하는 농장의 상품은 신뢰의 이미지까지 함께 생산되어 구매결정이 이루어진다. 단순히 품질만이 아니라 구매 전후의 설득하고 공감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이 잘 될수록 구매 이전부터 맛있는 감정을 느끼고, 구매 이후에는 주변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점점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SNS)가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물론 감성만큼 이성적 영역이 중요한 시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에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성적 요인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질적인 요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는 감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크게는 약 2백년 단위로 이성과 감성의 시대가 반복되며 나타나고 있다. 

르네상스는 이성적 판단이 중심이던 시대에서 문화와 창조성을 인정하여 인간의 감성에 집중하면서 시작된다. 2백년 후 산업혁명의 조짐이 보이는 계몽주의 시기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이성적 사고에 집중된다. 이후 1900년대 후반부터 생산의 우수성을 결정하는 것이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인정하면서 감성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최근에는 리더십에도 감성지능이 조직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인간의 공감적 영역을 다루는데 초점을 맞춘 감성에 접근하는 방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 가치평가에서도 제조업 보다 지식 관련 서비스업의 평가가 높아지면서 제조업체들도 서비스를 핵심가치로 삼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서비스 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 때문에 상품에 대한 경험이 핵심적이다. 서비스는 경험하는 전 과정이 재구매를 결정하므로 시각적으로 관심을 유도해야하고, 상품에 얽혀있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어야 하며, 머무는 시간동안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의 관광산업이나 제조업도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된 업(業)으로 재정의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오감을 설득시켜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상품성을 확보해나가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오마에 겐이치는 몇 년전 제주에서, 미래에는 국가보다 특성화된 산업을 보유한 도시가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제주는 양적으로 거대한 도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독특한 경험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을 취할 수 있다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도시로서의 이미지 구축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가 하지 못하는 것을 먼저 시도함으로써 더 많이 알려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개척자 정신을 잊고 현실에 타협하여 도전정신을 멈출 때, 그리고 열망에 대한 욕구를 멈출 때 성장의 한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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