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내년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며 "개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그때까지 시도지사 간담회라는 형태로 수시로, 필요하면 정례화해 이런 모임을 가져서 사실상 제도화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최우선 과제중 하나인 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통한 고도의 자치권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4537건의 정부 권한을 넘겨받았으나 조세와 재정 등 핵심권한이 이양되지 않아 국제자유도시 완성에 한계를 보여 온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 적용을 목표로 추진했던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이 무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내년 지방선거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4개 행정권역 분리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역간 경계 설정을 비롯해 시청사 이전문제 등을 놓고 극심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와 도의회, 제주지역 국회의원간 간담회에서 행정체제 개편안을 수정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은 "개헌방향에 따라 특별법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체제 개편 논의 유보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제주도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중환 서귀포시장 교체가 추진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도의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고 지난해 7월 취임한 서귀포시장을 1년 만에 교체한다는 점에서 행정시 권한 강화 방침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정이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방침을 반기면서도 정작 행정시장의 권한과 기능을 약화시키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별자치도가 추구하는 고도의 자치권 확보가 도지사의 권한만 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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