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최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지난 29일까지 제주시 지역의 평균기온은 29.1도로 나타났다.

이는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었던 2013년 7월의 평균기온 28.7도를 웃돈다. 제주시 지역의 7월 평균기온 평년값(최근 30년간의 평균값)은 25.8도로, 올해 7월의 경우 지금까지 평년값을 3.3도나 상회하고 있다. 또 올 7월 제주시 지역 최고기온의 평균값도 32.5도로, 최고기온 평균값의 평년값(29도)보다 3.5도나 높다. 더위를 피해 어디로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처럼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정조는 여름철 독서로 무더위를 잊었다. 신하들의 눈에 비친 대왕의 언행을 기록한 '일득록'(日得錄)에 있는 독서편에 따르면 정조의 집무실이 협소하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지독히 더웠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신하가 서늘한 별채로 옮길 것을 권하자 '더위를 피해 서늘한 곳으로 옮기면 거기서도 또 다시 더 서늘한 곳을 원할 것이다. 지금 있는 이곳에 자족하고 참고 견디면 여기가 바로 서늘한 곳이다'라며 그 제안을 물리친다. 그리고 '더위를 물리치려면 독서만큼 좋은 게 없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몸을 주재하니 바깥 기운이 내 몸에 들어오지 못한다. 금년 여름 더위가 대단했지만 나는 독서를 중단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숙종 때의 선비 윤증은 '더위'라는 시를 남겼다. 윤증은 '구름이 아득히 멀리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를 식힐 음식도, 피서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제일이다'라며 '독서삼매'가 최고의 피서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독천금(一讀千金), 좋은 책 한권을 읽는 값어치가 일확천금(一攫千金)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했다. 임금님도 피해갈 수 없었던 무더위. 올해는 도망가지 말고 책 한권 읽어보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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