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달부터 제주도 전역에는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밤낮없이 찌는 듯 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시 연평균 기온이 16년 만에 1.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는 1880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0.85℃ 상승한 것과 비교해볼 때 제주 지역의 기온 상승이 평균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비단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가 생물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어 호주 중부에 서식하는 턱수염 도마뱀은 모래 등지에 알을 산란한다. 산란된 알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으로 따뜻해진 모래등지에서 일정기간 동안 부화되어 도마뱀으로 알에서 깨어 나온다. 이러한 턱수염 도마뱀의 수컷은 ZZ, 암컷은 ZW 성염색체를 갖는데, 과학자들은 야생에서 포획된 암컷들 중에서 일부는 수컷(ZZ)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에 실험을 통해 수컷(ZZ) 알을 높은 온도에서 배양하면 염색체는 수컷이지만 암컷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야생에서 발견되는 ZZ 암컷은 아마도 따뜻한 등지에서 부화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이 도마뱀들이 미래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일 기온 상승 현상이 계속된다면 도마뱀 모두 암컷만 생성되어 이 종은 멸종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역사는 여러 차례의 공간적·시간적인 환경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요소는 생물들이 구조적, 해양학적, 기후적인 사건에 반응하여 서식지를 옮길 수 있는 능력이다. 21세기 들어 관찰되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지난 6천5백만 동안 지구가 겪은 것 중 그 폭이 가장 크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인 생물학적 반응이 급속하게 일어나 해양, 담수, 육상 생물들이 적합한 환경조건을 찾아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도입하는 외래종과는 달리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종의 재분포는 도처에서 반복적인 양상으로 일어나서 지구 생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계 각 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국제적인 규약을 마련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생물종의 재분포는 인간사회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실례로 우리 지역의 바다 속에서 토착화된 아열대성 해양생물들과 더불어 매년 새로운 열대·아열대 귀화식물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우리 해안에 밀려오는 괭생이모자반, 파래, 해파리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고, 연안에서 포획되는 어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라 인간 사회를 포함해서 지구상 생물종의 분포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지구적인 생물종의 재분포는 인류의 복지, 생태계의 기능, 심지어는 자체적인 되먹임 작용으로 기후자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 관점을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영향과 더불어 생물종 다양성과 자연생태계의 변화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으로 지구 기온이 얼마나 언제까지 상승할지는 예단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은 기온상승의 속도를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민선6기 제주도정이 추구하는 제주미래 비전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청제주"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제주환경 자산 브랜드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안마련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청제주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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