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참모(參謀)의 사전적 의미는 '윗사람을 도와 어떤 일을 꾀하고 꾸미는 데에 참여하는 사람' '주모자의 측근에서 활동하는 지모가 뛰어난 사람' '군사 지휘관을 도와서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따위의 업무를 맡아보는 장교' 등이다. 참모는 군사 용어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치적인 의미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군대 지휘관은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휘관의 업무를 적절하게 나눠 책임과 권한을 분담하는 보좌관인 참모를 둔다. 하지만 참모에게는 예하 부대를 지휘하거나, 독단적인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으며 모든 업무 수행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지휘관이 책임을 진다.

참모가 자신의 역할을 뛰어넘어 지휘하거나, 독단적인 명령을 내리는 등 '월권'한다면 탈이 난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이른바 국정농단 역시 참모로 분류됐던 인사들의 월권이 빚어낸 사태로 평가받고 있다. 최순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참모들이었지만 이들은 법정에 서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처지에 놓였다. 참모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이 참모를 보좌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비선라인으로 불리는 '송일교' 등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 이후 송모 교수와 일고 출신, 교회 라인을 지칭한 송일교 등을 통해 주요 인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도의회를 비롯해 도민사회에서 제기되면서 제주도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또 원희룡 지사와 인맥이 있는 인물들이 공공기관장으로 낙점되면서 측근 인사 및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원 지사는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정무라인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서귀포 시민 반발을 사면서도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기획조정실정으로 불러들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치란 게 도민사회의 여론이다. 원 지사는 지난 2014년 3월 관덕정에서 출마 선언을 할 때 "다음 선거를 위해 권력을 쓰는 도지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권력을 나누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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