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한라산의 가치증진 및 체계적 보호관리 방안 등 미래비전 제시를 위한 천년대계를 세운다고 한다. 주요내용을 보면 한라산에서 일어나는 탐방객 변화 및 추이, 훼손, 가치, 현안이슈, 자연자원변화, 각종계획, 정책의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핵심가치를 분석한 후 문제점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이러한 장기 계획이 없어 각종 현안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인지 의문이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 1970년이니 올해로 47년째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10년마다 보전 및 관리계획을 세우게 돼 있다. 한라산의 경우 10년 주기의 보전 및 관리계획 외에도 2008년 수립된 제주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이 있는데, 목표연도가 2020년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자그마치 2억6900만원을 투입해 제주발전연구원과 국립공원연구원 공동으로  향후 50년 후를 대비한 천년대계를 세운다는 것이다. 기존의 계획들을 제대로 시행하면 될 일을 굳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새롭게 용역을 시행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요즘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 10년 후를 예상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50년 후를 대비한다면 그 결론은 보나마나 한라산의 가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체계적인 보호를 하자는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현재 진행 중인 한라산 관련 용역으로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도 있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지형침식 및 변형의 근본적 원인파악을 통해 장기적 보존방안 수립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19년까지 16억 원이 투입된다. 

한라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지만, 이제까지의 한라산은 각종 용역의 시험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백록담 관련 용역으로 1993년에 백록담의 담수적정량 보존 용역이 있다. 이어 1997년 한라산 정상보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는 2005년에 또다시 한라산 백록담 담수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용역이 진행했다. 같은 과제를 다룬 문제 외에도 용역들 제시한 해결방안이 실제로 시행되지 못한 채 보고서로 끝났다는 것이다. 백록담이 갖는 상징성과는 동떨어진 용역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라산의 수용력 조사 용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8년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한라산 탐방객 적정수용관리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용역이 시행됐는데, 이번에 시행되는 한라산 가치 보전 천년대계 용역에서도 다시 다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2008년의 용역에 의해 돈내코코스를 개방했는데, 그 개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물론 꼭 필요한 용역이라면 당연히 시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용역, 관리당국의 명분 쌓기 용도의 용역은 철저하게 걸러져야 한다. 2000년 국토연구원의 용역에서도 지적하듯이 용역 때만 일시적으로 팀을 구성해 조사를 하고는 과업이 끝나면 해체돼 버리는 용역은 책임성 있는 과업 수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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