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무책임이 낳은 반려견의 역습<상>

한라산·오름서 무리지어 생활…개체 수 급증
농장·목장·학교 출몰…야생성 회복 위험 노출

제주지역에서 유기동물 발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버려진 반려견들이 야생에 적응하면서 공격성을 지닌 '들개'로 돌변하고 있다.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가축농가 습격에 따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맹수로 변한 유기견 피해실태와 방지책을 모색해 본다.

△가축 습격 잇따라

주인에게 버려진 뒤 야생에 적응한 유기견들로 인해 가축 피해가 속출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제주시 오등동 한 과수원의 경우 새벽 시간 유기견들의 습격으로 농장에서 키우던 닭 15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두달전부터 유기견이 목격돼 하우스 주변에 이중삼중으로 망을 설치했지만 소용 없었다.

농장 주변에는 민가도 들어서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들개로 변한 유기견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도내 한 초등학교에 유기견이 침입해 동물체험장에 있던 토끼와 닭을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말 방목으로 유명한 제주시 용강동 마방목지에도 유기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철망펜스가 설치되는가 하면 한라생태숲 역시 유기견을 목격한 탐방객들의 신고는 물론 노루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유기견은 한라산이나 오름, 중산간 등지에서 무리지어 생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지대 마을 인근까지 출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견 증가율 전국 최고

야생에 적응한 들개는 대부분 유기견이다. 유기견이 늘어나는 만큼 들개 개체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회 이만희 의원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유기견 수 증가율(전년대비 33.9%)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유기견 수는 2014년 1767마리, 2015년 1888마리, 지난해 2528마리로 집계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기견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반려견들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잃어버린 것으로 파악된다.

올들어서도 7월말 현재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 2744마리가 입소됐지만 단 319마리만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야생동물 전문가는 "버려진 개가 오랫동안 사람 손에서 벗어나게 되면 어느정도 야생성을 갖게 된다"며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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