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춘추시대 진나라의 도공에게는 사마 위강이라는 유능한 신하가 있었다. 사마 위강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인물로 꼽혔다. 하루는 도공의 동생인 양간이 군법을 어기자 사마 위강은 양간의 마부를 대신 잡아다 목을 베었다. 그러자 양간은 형인 도공에게 "지금 사마 위강에게는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봅니다. 감히 제 마부를 죽여 우리 왕실을 욕보였습니다"고 호소했다. 이 말을 들은 도공은 자초지종을 확인하지 않고 사마 위강을 잡아오라고 명했다. 그런데 이때 곁에 있던 양설이라는 신하가 "사마 위강은 충신으로 그가 그런 일을 했다면 반드시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도공은 사마 위강이 마부의 목을 벤 사연을 듣고 그를 더욱 신임하게 됐다. 

어느 해 진나라가 정나라와 화의를 맺게 됐다. 정나라가 주변 12개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했을 때 진의 주선으로 화의가 성사됐다. 이에 정나라는 진나라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값진 보물과 궁녀를 선물로 보냈고, 도공은 이것을 사마 위강에게 하사하려고 했다. 그러자 사마 위강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 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유비무환은 실생활에서 적지 않게 사용되는 고사성어다. 준비가 있으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제주도가 지난 8월26일부터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지만 노선변경 등으로 도민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버스 이동시간 단축과 요금인하 등을 통해 대퉁교통을 활성화시키고 자가용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이 목표다.

도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장기적으로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지 불과 10여일만에 노선변경 등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상태로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버스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한 기반공사 역시 마무리되지 못해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준비가 부족하다면 도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