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두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자살예방을 위한 수많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10만명당 29.1명으로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이다. 2015년까지 11년 연속 1위이기도 하다. 서구 선진국들의 일반적인 자살률은 평균적으로 10만명 당 10~12명 가량이다. 제주도의 자살률은 2013년 광역시도 전체 6위(10만명당 32.9명), 2014년 9위(10만명당 27.2명), 2015년 13위(10만명당 24.5명)였다.

현재까지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살예방사업들은 주로 개인의 정신건강에 관련된 사업들이다. 이런 예방책만으로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 

우울증, 조울병 등 자살의 위험에 놓인 각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이외에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너무나 많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들은 심각한 경쟁구도의 사회, 점점 커지고 있는 빈부격차, 평균 여명이 늘어나면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인구의 증가 등이 큰 문제이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은 현재의 자살예방 대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돈이 많은 사람은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를 해서 점점 더 재산을 불리고, 돈이 없는 사람은 오르는 전세값과 매매값을 감당하지 못해 매년 상승분을 올려주기에 급급하여 빈곤에 이른다. 빈부의 격차가 극에 달하게 되고, 빈곤층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유있게 살아가기 어렵고,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이어지는 좌절들은 삶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심각한 경쟁구도는 국가의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지금 당장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쟁구도에 놓인 젊은이들을 주변의 가족들이 잘 지지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경쟁에 힘든 젊은이들을 더 몰아세우지 말고, 경쟁에 지친 자녀들과 젊은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기성세대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사회의 복지정책 자체가 변화해야 하므로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복지 정책을 좀 다르게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노인의 외로움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단위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노인들을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 게이트키퍼, 생명존중 캠페인, 노인자살예방 사업 등을 시행하여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 지역 주민을 모두 참여시켜 노인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24시간 출동시스템을 갖추고 자살위험에 놓은 분들을 위해 항시 대기 하고 있다.

정리하면, 각 개인의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자살은 현재 정부의 예방대책으로 충분한 듯하다. 사회적 원인에 의한 자살예방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점점 멀어지고, 냉정하고, 소홀하게 되어 가는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가 서로에게 따뜻하고, 서로 나누고, 사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은 지난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2004년 9월 10일 제1회 세계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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