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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늘 가르친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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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02-14 (목) 19:31:28 | 승인 2002-02-14 (목) 19:31:28 | 최종수정 (목)
 녀석이 우리 반에 전학 온 것은 6학년이 시작되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기억된다.

 훤칠한 키에 시원스런 인상처럼 똘똘하겠다는 기대도 잠시, 녀석은 꽤 진지했던 학급분위기를 일신시키느라고(?) 참 열심이었다. 얼마나 행동이 빠른지 사건 사고의 현장에는 언제나 녀석의 자취만 있을 뿐 바람같이 사라지곤 해 애태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선생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아이는 변함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바쁘고 졸업을 앞두고 다시 육지로 간다는데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음에 마음만 조급해질 뿐이었다.

 드디어 졸업식 날!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고, 여러분들이 잘못되면 나는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을 것 같다고 자못 비장한 마음으로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였다. 교실 한 구석에서 별로 내 말을 귀담아듣는 것 같지도 않던 녀석이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잠깐 그 목청 큰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라는 것에 의외라는 반응이더니 이내 합창으로 내 회고사에 답하여 주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무슨 배짱에 그런 말을 했던가 싶다. 그리고 아직까지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이 그 아이들의 합창(?)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학교에 배정 받은 아이들의 소식은 종종 들을 수 있었으나 육지로 나간 ○○의 소식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아이들을 만나 전화번호를 알았노라며 3년쯤 전에 전화를 한 번 해서는 기술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염려 마시라는 기특한 소식을 전해와서 나를 감동시키더니, 지난 가을 군 첫 휴가를 받았다며 거짓말처럼 우리 교실에 나타났다.

 명색이 군인이라면서 그 짧은 머리를 바짝 올리고 은근슬쩍 멋을 낸 이 청년이 바로 녀석이란 말인가. 손을 꼭 잡은 채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학생이고 녀석이 선생이 된 것만 같았다. 씩 웃는 모습은 여전하나 자기의 삶을 올곧게 이끌어나가는 녀석의 모습에서 과연 내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던가 하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은 고맙다는 말 대신 졸병의 월급을 쪼개 음료수 한 병을 들고 왔건만 내가 그에게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러나 바보스럽게도 녀석이 떠난 후의 일이었다. 녀석은 선생이 옛날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려고 온 나의 선생님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마음 속으로 더 좋은 선생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으로 오늘의 교단에 있게 해 준 수많은 ○○들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는 착한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매화향기 살며시 찾아오는 이월!

 각급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이어지고 거리에는 축하의 꽃다발을 들고 수줍게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 학생이 누구이건 나는 잠시나마 경건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날이 부모와 친지, 선생님들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이금남·중문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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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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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2007-06-30 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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