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헌 교통안전공단 제주지사장

제주는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천혜의 관광도시, 청정 도시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로 퇴색되고 있다. 특히 사망 교통사고를 접할 때면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지곤 한다.

각종 교통사고 자료를 살펴보면 제주지역의 특징으로 (고령)보행자 사고와 차량 단독 사고, 렌터카 사고가 눈에 뛴다.

교통정책은 소통(疏通)에서 안전(安全), 그리고 복지(福祉)로 변해 가고 있다.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보행 교통사고, 특히 고령 보행자사고가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은 운전자나 보행자, 더 나아가 교통당국에서 심각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운전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데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교통약자 보호이다. 스쿨존과 실버존, 장애인보호구역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은 타 지역에 비해 많이 선정돼 있다. 무인 카메라 단속도 병행, 교통안전 기관의 기관장으로서 매우 기쁘다. 도로관리청과 경찰에서는 보행자 사고예방을 위해 보행자 보호 펜스를 설치해 무단횡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원식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설치 등 속도관리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행자 교통사고, 특히 고령자 보행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노화로 인한 시력·청력 감퇴와 운동기능 저하도 문제가 되지만 즉 인지능력 저하가 사고의 중요한 요인이다. 고령 보행자의 행동 특성을 고려해 운전한다면 보행자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타 지역에 비해 차량단독 사고가 많다. 보통 단독사고는 운전미숙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주는 상황이 다르다. 다시 말해 운전자 관점보다는 시설적인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 곡선주로의 회전반경·구배나 야간 시인성, 주의표지 등 위험지점이나 구간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제주는 관광도시로 국내외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렌터카를 많이 이용한다. 렌터카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교통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렌터카 교통사고의 가장 큰 취약점은 '초보운전'과 '음주운전', 그리고 '타지운전'을 꼽을 수 있다. 렌터카 대여 가능연령을 제한하는 법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손쉬운 방법으로 렌터카 운전자는 들뜬 마음에 무리하지 말고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도민들도 렌터카를 보면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주의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운전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신호·속도 등 교통법규 준수는 기본이고,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켜기, 정지선 지키기 등 기본 운전예의를 습관화해야겠다.

다음은 보행예의다. 무단횡단은 절대로 안 된다. 보행 중 스마트기기 사용은 더욱 안 되는 행동이다.

또 교통시설물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필요한 시설물은 철거하고 기존 시설물은 유지보수를 강화해야겠다.

아울러 교통문화 선진화 동참이다. 교통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홍보, 실천이 누적될 때 서서히 나타난다. '나부터 실천'해 제주도민이 대한민국의 교통문화를 선도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도민의 이동성을 신속성과 접근성이 강화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두고, 일부 구간 중앙차로제 도입과 급행·간선·지선·순환버스 개념을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한 버스 업종 준공영제 도입을 통해 운전자 처우개선과 서비스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도입 초기에는 일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교통안전공단에서도 제주도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개편된 대중교통체계의 조기 정착과 교통사고 없는 제주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