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그린 이왈종씨의 「제주생활의 중도(中道)」


 제주가 고향이 아니면서도 고향 이상으로 제주를 ‘사모’하는 작가 이왈종씨(55).낙관대신 작품 속에는‘서귀포 왈종’이라고 적어넣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이씨는 그가 살고 있는 서귀포를 ‘고향’처럼 작품 속에 품고 있는 작가다.

 제주생활 10년째를 맞은 작가는 그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제주풍경과 제주사람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회화와 도조,도판,입체작품 100여점 속에 풀어놓고 서울한복판에서 대형작품전을 갖는다.

 오는 25일부터 3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통 가나아트센터 1·2·3 전관에서 갖는 ‘제주생활의 中道’전이 그 전시회다.

 ‘생활 속에 중도’는 그의 작품 속의 일관된 주제다.중도는 어느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욕심에서 떠나 있으며,또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은 평상심의 세계를 말한다.그의 작품 속에는 이런 평상심의 세계가 제주풍경과 신화,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분방하면서도 거침없고 당당한 조형어법으로 표출된다.

 이씨의 제주풍경 속에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다닌다.꽃 돌하르방 배 새 노루 말 물고기 자동차 텔레비전 전화기 등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제주이야기를 진득하게 내뿜고 있다.

 해설을 쓴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그의 작품 속의 중도관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게되는 사랑과 증오,기쁨과 슬픔,희망과 절망,분노와 평정의 그 총체적인 삶을 아우르는 길,그 길이 중용의 삶이자,함께 사는 삶”이라고 평가한다.물고기와 말,동식물,사람 등 모든 물상이 어우러져 평화스런 분위기를 창출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곧 생활 속의 중도관을 입증해주는 결과물들이다.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경축하며 그린 ‘제주생활 속의 중도’는 월드컵 경기장을 중심으로 서귀포의 풍경이 하나의 화폭 속에 ‘지도그리듯’촘촘하게 박혀있어 시선을 붙잡는다.

 화폭 속에 덩치크게 자리잡은 동백꽃은 제주에서 만난 소재 중 소재라는게 작가의 설명이다.동백은 쾌락을 즐기는 사람으로 표현된다.사랑하는 사람은 찔레꽃으로,증오하는 사람을 새로,고통받는 사람을 텔레비전으로,희망과 평등,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물고기로 승화시켜 작가는 의인화해냈다.말과 집 TV 자동차 꽃 등의 소재와 함께 녹아있는 애로틱한 장면 등도 그의 작품의 또다른 독특한 화법을 이룬다.

 벽화를 연상케하는 5백∼6백호 남짓한 대작 20여점과 이번에 새롭게 선뵈는 흙으로 만든 향로,제주색감을 천을 기워 보자기처럼 이미지화한 작품 등에서 돋보이는 작가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그의 흙작업 향로는 서귀포에 정착하면서 만난 친구 죽음을 애도하고,친구의 옛정과 그리움,향을 피우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전시문의=(02)720-1020.<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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