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북동의 한 감귤밭 인근에 폐수처리업체의 분뇨차 차고지가 조성되면서 농가와 업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농가가 차고지 주변에 걸어놓은 현수막. 고경호 기자

감귤밭 인근에 시설…주변 농가 악취 피해 호소
제주시 '당일 처리' 이유 도면만 보고 바로 허가

화물자동차의 차고 시설 허가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주민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시 화북동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장모 할아버지(81)는 최근 제주시에 자가용 화물자동차 차고지 허가와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 과수원 바로 앞 토지에 한 폐수처리업체의 분뇨차 차고지가 조성되면서 악취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장모 할아버지는 "분뇨 냄새가 과수원에 진동해 아예 농사에 손을 놓고 있다"며 "수십년째 친환경적으로 과수원을 일궈왔는데 악취가 심한 곳에서 자란 감귤을 양심상 어떻게 팔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분뇨차 차고지에는 하수시설도 없는데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의문"이라며 "그런데 제주시는 진정서에 대해 '적법하게 허가됐다'고 답변했다. 행정이 주변 농가의 악취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등록하려는 자는 행정시에 '자가용 화물자동차 사용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차고 시설을 확보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도 첨부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시는 사용신고서 처리 기간이 '당일'로 규정됐다는 이유로 악취 피해가 우려되는 차고 시설을 건축물관리대장의 도면만 확인해 곧바로 허가해주고 있다.

또 자가용 화물자동차 차고 시설 허가시 냄새 등 환경과 관련된 규정도 없어 사실상 분뇨차 차고 시설 조성에 따른 악취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차고 시설에 대한 허술한 허가는 결국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해당 폐수처리업체 입장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고 시설을 조성했기 때문에 농가의 철거 요구에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모 할아버지는 "무조건 책상에 앉아 허가만 해줄게 아니라 실제 해당 시설이 조성돼도 주변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행정도 업체도 아무 잘못 없다고 주장하면 농가들의 악취 피해는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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