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부산에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많은 시간당 116㎜의 '물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7월 셋째 휴일인 16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지지난주 미국 플로리다 주를 휩쓸고 지난간 허리케인 '어마' 등 2개의 초강력 허리케인이 연이어 강타하는 이례적인 재난으로 150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에서 산사태와 홍수로 숨진 이들은 500명을 넘어섰다. 1000명에 이른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그 피해는 재앙수준이다.

자연재해는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7년 9월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를 동반한 태풍 '나리'로 제주지역에서 13명이 숨지고 160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12년 태풍 '산바' 상륙 당시 하루 700㎜ 이상의 폭우가 내렸으며 2014년 태풍 '나크리' 내습 때에는 한라산에 하루 동안 1400㎜의 물폭탄으로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10월 초 제주를 강타한 태풍 '차바' 역시 강풍에 물폭탄을 동반하며 제주섬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차바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56.5m로 역대 3번째로 강했다. 한라산 윗세오름에 659.5㎜, 아라동에 371.5㎜의 비를 쏟아 붓기도 했다.

올해 현재까지 제주지역에 자연재해로 인한 큰 피해는 없으나 기상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서귀포시 남원에 지난 7월 31일 1시간에 101.5㎜, 7월18일 1시간에 112㎜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반면 고산지역은 0.1㎜와 0.4㎜의 강수량에 그쳤다.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가 큰데다 짧은 시간에 극히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 형태를 띠는 등 이례적인 기상을 보였다.

이같은 사례의 공통점은 예측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기존 기상 통계와 패턴이 무너져 이를 근거로 한 대책과 시설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세기가 강해지고 역대급 폭우가 빈발하는 것은 기후변화가 가져온 파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영역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비를 철저히 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매년 태풍과 폭우 등으로 제주지역이 생채기를 입고 혼란에 빠지는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본적인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제주지역에 큰 피해를 입히는 태풍은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강우량도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국지성 폭우 등 각종 재해의 상시화에 대비해야 한다.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하천 범람 등을 막기 위해 도내 곳곳에 저류지를 조성해 큰 도움을 주고 있으나 부족하다. 중산간 지역의 도로 및 대규모 아스콘·콘크리트 택지개발사업은 빗물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지하에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하천을 따라 한꺼번에 유입돼 범람하면서 저지대 주택·농경지는 물론 도로 침수로 차량이 휩쓸려 가는 피해를 키우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악기상 상황과 과다한 개발 등에 따른 상황변화에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피해를 줄이는 재해대책을 세우는 반면 후진국은 사후복구에 더 집중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도 재해대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미흡하다. 기후변화의 실체를 실감하지 못했던 도민들은 이제는 홍수로 우리집이 잠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티도록 재난방지 시설물을 갖추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 역시 도민들이 폭우 때마다 태풍 '나리'와 '차바'의 악몽이 재현될까봐 불안에 떨지 않도록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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