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석구석 문화공간

목공 수업.

△문화파출소

올해 극장가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사이에 제 몸 바쳐 '보안관'이 떴다. 조연이지만 신스틸러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친 덕을 톡톡히 봤다.

제주에도 그런 '보안관'이 있다. 동네 문화 빈틈을 쏙쏙 채우는 문화보안관이다. 문화보안관을 만나려면 문화파출소부터 찾아야 한다. 문화파출소는 지역 내 사용되지 않는 파출소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비어있는 파출소를 지역 주민들의 문화사랑방으로 돌려준다는 취지다. 무슨 잘못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면 넘기 힘들던 문턱을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곳'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곳' '누구나 어울리고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낮췄다.

다행히 제주에도 있다. 문화파출소 제주 서문이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문화파출소는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서울 강북 이후 두 번째로 간판을 달았다. 입소문을 탈만도 하지만 문화보안관을 찾지 못하며 몇 개월 개점 휴업 상태로 있었다. 새로 사람이 든 것은 올 6월부터. 컬쳐트리라는 문화기획자 그룹이 문화파출소를 무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문화파출소에는 치안센터장이 배치돼 각종 범죄예방 및 교통 정보 등의 기본 경찰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문화보안관과 제빵이나 공예, 요리 전문 강사가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어머니에서 학생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주민들이 찾을 수 있는데다 수업이 없더라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단순한 학습공간만이 아닌 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기자가 찾아간 21일 오전에도 문화파출소 한 켠 재봉틀이 돌돌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70대 중반의 할머니 한 분이 일바지를 만드느라 내는 소리다. 본 프로그램은 오후 2시부터지만 오전 여유 시간은 공간 전체가 할머니의 몫이 됐다. 수강생도 강사도 주민이다. 문화파출소에서 운영되는 일반 프로그램은 제주도민이면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
 

소랑 호꼴락 도서관(왼쪽)과 사운드로잉(오른쪽).

△ 소랑 호꼴락 도서관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제주권역재활병원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전국 최초로 병원내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된 '소랑 호꼴락 도서관(관장 조기호)'이다. 

'소랑 호꼴락 도서관'은 재활치료를 받는 어린이 환자와 기다리는 부모들을 위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도서관은 병원 3층 소아낮병동 앞의 자투리 공간들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벽을 따라 지그재그로 배치된 책꽂이와 소파가 있고 한켠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독서를 할 수 있는 탁자가 마련돼 있다. '소랑 호꼴락 도서관'이라 이름 붙여진 독립된 작은 공간도 있다. 도서관은 어린이용 그림책부터 어른들을 위한 5600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기증받은 책이다. 

지난 2014년 1월 문을 연 제주권역재활병원은 단순히 재활치료만 하는 곳이 아닌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랑 호꼴락 도서관' 역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디딤돌 사업에 선정돼 사진·그림·도자기·동화교실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또 도서관 이용과 함께 병원 1층에 있는 꿈앤카페 '소리'와 꿈앤가게 '도리'에 들러도 좋다. '소리'와 '도리'는 지난 2014년 7월 도내 최초로 들어선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사업장이다.
병원 진료가 없는 토·일요일 및 공휴일은 도서관도 휴관한다. 문의=730-9125.

△ 사운드로잉

제주도 동쪽으로 1132번 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가다 신풍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SOUNDRAWING'이라고 쓰여진 주황색 지붕이 눈에 띈다.

풍경을 찍는 송철의 사진작가(37)의 사운드로잉 갤러리다. 송 작가는 영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풍경을 찍고 싶어서" 사진작가가 됐다. 송 작가는 지난 2013년 제주로 이주했고 '아는 삼촌'이 창고를 쓸 수 있게 허락해 준 덕분에 한달여의 작업 끝에 올해 7월 갤러리를 오픈했다. 

갤러리 '사운드로잉'은 SOUND(소리)와 DRAWING(그림)의 합성어로 2011년 송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작곡가가 곡을 작곡했고 사진전시와 연주를 함께 진행했던 첫 개인전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사운드로잉에서는 현재 송 작가의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잠시 여행을 떠났던 아이슬란드와 북유럽의 광활한 풍경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또 대천 바다, 전남 신안, 제주 신풍리의 사진들도 말없이 위로를 건넨다.

사진은 관람과 함께 구매도 가능하다. 갤러리는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데 날씨가 좋아서 송 작가가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으니 사전에 연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문의=010-3241-2612.

△ 소설다방

접근성 좋은 북카페. 제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소설다방은 달달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소설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보유하고 있는 책은 소설 위주며 이 외에 동화책과 웹툰도 읽을 수 있다. 보유 도서 리스트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idioticpia)를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방문객들은 책 제목이나 저자명을 검색해 책장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소설다방의 실내는 흰 책장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이다. 딱딱한 의자가 아닌 뒹굴뒹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1인 소파와 카페트 등도 준비돼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매주 화요일 휴무)다. 제주시 중앙로 204 2층(064-722-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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