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원 중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해양 레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혜택은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해양 활동만큼 사고 또한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낚시를 비롯한 어업활동, 해양 레저 등 수상 활동 중 독을 가진 해양 생물에 의한 자상을 다뤄보고자 한다. 해양 생물에 의한 외상은 주로 교상이나 자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원인 생물에 따라 증상 및 경과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해파리를 비롯해 가오리, 볼락, 쏠치, 쏨뱅이, 따치, 독가시치, 미역치 등이 독을 가진 어종이다. 바다낚시를 처음 시작했거나 스킨스쿠버를 하는 경우에는 신기하고 흥분된 기분에 맨손으로 물고기를 만지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실수로 자상을 입는 경우에는 극심한 통증을 감수해야 한다.

경험담이나 조언을 들었다 하더라도 통증은 매우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응급실에 내원하곤 한다. 통증은 상처 부위에서 상부쪽으로 방사되며,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30~90분 내 통증은 절정을 이루게 된다.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6시간가량 통증은 지속된다.

독 생선으로 인한 자상에 대한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아직까지 적절한 항독소가 국내에 없다는 것이다. 호주 등 외국에서는 쏠치독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나 국내에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모든 해양생물의 독은 뜨거운 물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때문에 독 생선에 의한 자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시나 이물을 제거한 뒤 가능한 빨리 상처 부위를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물의 온도는 섭씨 40~45도 사이가 적당하며 초기 응급처치를 한 뒤에는 추가적인 통증 조절 및 감염 방지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응급실에서는 추가적인 상처 세척 및 진통제를 투여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예방적 항생제 등을 투여한다. 예방적 항생제는 주로 가오리 자상이나 자상 부위가 오염이 심할 때 사용된다.

간혹 환자들 중에는 전신 합병증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 다행히 대부분은 국소적인 증상인 통증과 부종만이 주로 발생하며 간혹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오심,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극히 드물다. 따라서 독생선에 의한 자상이 발생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뜨거운 물에 응급처치를 한 뒤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하여 적절한 처지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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