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민 제주도의회 의원

최근 도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획정위원 총사퇴 등 파행과 함께 서로의 탓을 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 도의원의 한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총대를 메고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는 책임 있는 모습 또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어 도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까지 생긴다.

사실, 선거구 획정 관련 법적 책임의 주체는 선거구획정위원회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는 지역구 의원 정수를 증원할 수는 없고 선거구 구역 조정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제주의 급격한 인구 변동으로 발생한 선거구 인구 편차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의원 2명을 증원하는 권고안을 내게 됐다는 생각이다. 즉, 현재의 상황이 정수 범위 내에서의 구역조정보다는 의원 증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권고안처럼 정수를 늘리지 못하면 선거구 구역조정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읍면동 등 지역선거구 체제가 무너져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 가치를 훼손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가정이 모두 곤란한 문제겠지만, 농촌지역의 가치훼손과 공동체 파괴는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와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서 의원 정수를 지금의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거시 아니냐는 생각이다. 증원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해 포기해서도 안된다. 물론, 정부의 입법은 사실상 이미 늦었지만, 국회의원 발의 입법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도지사나 지역 국회의원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도의회 차원에서 도의원들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서 대안을 만들고 국회 원내교섭단체별로 절충 노력을 할 때다.

올 정기국회에 6단계 제도개선을 반영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수정안 등을 발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인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은 누구보다 도의원 등 위정자들이 더욱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 볼 것만 아니라 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한 중앙당 설득에 모두 함께 나설 것을 제안하는 이유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특별법 개정이 100%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 노력과 함께 선거구획정위가 구역 조정 작업에도 나서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에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부결의로 선거구를 의원정수 범위 내에서 획정하고, 특별법 개정 후 의원증원 시에는 재차 획정키로 한 바 있음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제주특별법은 공직선거법 등 법령의 규정에도 의원의 정수 범위에서 선거제도를 조례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고 있다. 그러나 당선인 결정 등 특례규정 미비로 반쪽만 위임됨에 따라 공선법에 의한 소선구제를 따르기 위해 제주도만이 유일하게 일부 선거구는 통을 쪼개어서 선거구를 획정 시행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은 행정구역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소·중선거구 제도를 혼용한 지역 여건에 맞는 선거구 획정이 가능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특별자치도 출범 후 광역의회가 탄생한 이래 4번째 선거가 당장 코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제주의 지방정치는 아직도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특별법에 규정된 정치제도 활용 역시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당을 가질 수 없는 도의원 정수도 12%나 된다. 지역대표성과 정당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그래야 명실상부한 특별자치의 참모습을 보일 수 있다. 특별자치도 선거구제 등 미흡한 규정들을 이번기회에 검토해서 특별법을 보완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이들 문제해결을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정치력은 실종되고, 극단적인 주장이나 남의 탓만을 일삼는 정치는 결코 도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함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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