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2. 한국해녀의 중심

사진=김남규 작가

사회적 응집력 측면에서 지선해녀와 차이 분명
바깥물질, 합법적 어로화 등 사회 환경적 영향
'개척'과정 인정 필요…'여성 중심 조직'차별화

국립해양박물관에 해녀가 떴다. 11월 12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는 '해녀, 육지로 가다'테마전이다. '바깥물질' '출향해녀'가 주제어가 됐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정작 핵심은 해녀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 추진 기념이다.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굳이 따진다면 '한국 해녀'로 묶인 것은 국가 지정 무형문화유산 부터다.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도 '제주해녀어업'이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제주해녀문화'다.

△ 해양문명사 의미 분명

'제주'라서 특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주가 있기 때문에 해녀가 있었다는 점이다.

크게 '해녀'라는 직업군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한다. 이는 해양문명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나 지역에서 해산물 채취로 생업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해녀의 의미는 '여성 중심' 그리고 그들을 지탱한 공동체와 문화에 있다.

유네스코가 관심을 둔 부분도 마찬가지다.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 앞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지역공동체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의 본질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잠수기술의 전승,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고 평가하며 제주해녀문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존중 등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다른 대표목록들과 구분했고 정부간위원회는 이를 수용했다.

제주해녀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해녀를 앞세운 일련의 움직임에 이런 내용이 전제가 돼야 마땅하다.

△ 의미 확장 앞서 기준부터

국립해양박물관의 전시는 '우리나라 해녀의 역사', '해녀, 육지로 가다', '세계중요농업유산과 대한민국 해녀'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제주 해녀의 바깥 물질 시작과 육지 정착 후의 삶에 대한 기록을 전시하는 것으로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어업유산 중 처음 '세계중요농업유산'등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부각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제주'라는 지역 기준을 최소화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 기원이 제주라는 점이다.

'바깥물질(출가 물질)'이라 쓰고 '개척'이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4면이 바다인 섬에서 천신만고 다른 지역 바다까지 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던 사정에도 제주해녀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제주해녀의 타 지역 이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5세기 후반 무렵 흉년과 재해, 부역과 공물의 가중, 왜구의 출몰 등을 피해 출륙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는 '장소 이탈'의 의미가 강하다.

경제 논리를 반영한 '바깥물질'이란 이름의 패턴은 식민지 시대로부터 시작해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좀 더 벌 수 있는 일'의 선택이다.

△생업 전파 '문화'해석

일제강점기 바깥물질은 강제노역과 수탈, 어장 황폐화가 이유가 됐다. 

식민지정책 아래 일본 어업자의 시장 진입과 해녀 어업조합 구성은 해녀들의 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부터 해방 전후까지 해녀들이 바다를 건넌 데는 사회적 요인이 컸다. 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회전력이 빠르다는 점은 길게는 수개월의 바깥물질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때문에 타지에서 한시적 노동을 한 후 귀향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다.

1960년대 이후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동 범위가 한반도 이남으로 국한됐고, 이동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본격화된다. 수산업이란 개념이 잡히면서 어장 소유권이 마찰의 중심이 됐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대신 현지에 남아 '지선(방)해녀'화하는 것을 택하는 해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미정 한국해양대 연구교수는 이를 '식민정책 유산인 '자유 입어'로 인한 분쟁과 거주자에게 부여하는 합법적 어로화' 영향으로 봤다.

이전에도 현지에서 바다에 들어가 미역 등을 채취하는 무리가 있었지만 '제주해녀'의 유입으로 물질 기술이 늘고, 특유의 문화로 공동체를 이루게 됐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12월 제주 정부간위원회서 이행평가 제도 공식화 전망
'살아있는' . 기존 대표목록 복합적 성격 등 가능성 높아


'제주해녀문화'가 한국의 무형유산 선진국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유네스코 등에 따르면 올 12월 제주에서 열릴 유네스코 제12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이행평가 제도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은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의 가치 인정'에 초점을 맞추고 협약 이행을 위한 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지만 강제하기 어려운 한계를 인정해왔다.

최근 무형유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범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공동체 유지를 포함해 기후변화와 환경 훼손 등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왔다.

유네스코는 무형유산의 소명을 막고 보호 증진할 목적으로 2000년 5월부터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등재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문화적 다양성의 원동력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보장수단인 무형유산의 보호에 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2003년 제32차 유네스코 총회(파리)에서 무형유산보호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에 의거해 2008년 제2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전 걸작 제도를 세계무형유산대표목록 및 긴급 보호목록 제도로 변경했다.

지난 7월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 아태센터)와 유네스코아태국제훈련센터가 공동주관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 역량강화 워크숍'에서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란 큰 범주 아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알려진 대표목록 △위기에 처한 유산을 모은 긴급보호목록 △무형유산 보호 경험을 정리한 모범사례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이 중점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지난해 '제주 해녀문화'까지 대표목록에 19건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모범사례는 한 건도 등재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제주 정부간위원회에서 이행평가 제도가 공개되고,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으로 기존 18개 대표목록의 성격(공동체 의식, 기예?심신단련(생업기술).민족성과 연행, 축제와 의례)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소멸 위기에 대한 공감을 연결할 경우 모범사례 등재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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