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마쓰다, 미츠비시 등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이른바 ‘경제 가미가제’ 해외주재원을 세계 각국에 파견하기 시작했을 때 이국 만리로 떠나는 그들의 007 가방에 담긴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동양인치고는 장신에 속하는 183cm의 키, 떡 벌어진 어깨, 실패를 모르는 사격솜씨, 그리고 미모의 서양여인과 섹스를 즐기는 만화속 주인공 ‘고르고13’은 패전후 일본인들의 불안감과 양키컴플렉스를 해소해 줬던 영웅 그 자체였다.

사이토 다카오의 「고르고 13」은 지난 1965년 연재를 시작한 이래 35년 동안 일본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123권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일본내 대형서점에서는 ‘고르고 13’코너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산악인이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할 때도 베이스 캠프에서 고르고 13을 탐독하며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60∼70년대 일본 경제 부흥기에 무역상사원들의 필독서이기도 했다.

8년대까지는 동서대립을 축으로 한 미국의 CIA와 소련의 KGB 등 각국의 비밀첩보기관들의 암투를 생생하게 묘사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 007의 소재가 되기도 했을 정도다. 국내만화시장의 일본만화 점유율을 생각한다면 뒤늦은 정식 발매다. 아선미디어. 각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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