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가을을 맞이한 제주의 오름은 들꽃과 억새군락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보기위해 연일 많은 탐방객들이 오름을 오르며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오름 주변에 주차공간과 편의설이 제공되고 있는 곳은 어느 관광지만큼이나 유명세를 타며 탐방객들로 붐비고 있다. 오름 탐방은 개별 탐방객들이 주를 이루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탐방객도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오름 탐방시간이 1시간여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보면 가을 자연탐방 장소로 매력이 넘치는 곳임엔 틀림이 없다.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들꽃들과 인사를 나누며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제주의 색다른 풍광을 보게 되고 오름 위에 불어오는 신선한 가을바람을 덤으로 얻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러한 오름의 매력을 찾아서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은 지역주민보다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주차된 차량의 정보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으며 탐방정보를 이용하는 횟수를 통해서도 파악된다. 제주의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제주도민이든 관광객이든 큰 차이는 없으나 오름이훼손되거나 주변이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생긴다. 

우선 용눈이 오름은 과도한 탐방객으로 탐방로가 훼손된 사례에 해당하는데 화산쇄설물로 구성된 화산체라는 정보전달의 미흡과 무질서한 오름 탐방문화의 결과라고 판단된다. 또한 수요자의 권리의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요구사항은 넘쳐나지만 정작 자연탐방의 기본적 소양인 도덕적 의무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고 보면 차라리 강력한 휴식년 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랑쉬 오름은 년 중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오름이다. 오름 랜드마크로 널리 알려져 있고 탐방안내소가 있어서 많은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탐방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화장지의 배치여부와 관련하여 실랑이가 끊이질 않고 있기도 하다. 제공되는 화장지를 몰래 가져가거나 몰상식한 사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도공급이 안 되는 실정임에도 물과 관련하여 민원이 제기되거나 위치정보의 혼선, 대중교통 이용불편 등의 하소연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별오름은 들불축제장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억새군락을 보기위해 많은 탐방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넓은 주차공간과 화장실은 탐방객 편의를 충족시켜 주고 있으나 오름이 갖는 생태적 역사적 가치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고 있다. 탐방객들에게 제주 자연의 가치를 전달해 주는 다양한 방법의 정보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사명처럼 여겨진다.  

아부오름은 경관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오름의 조망권은 소나무에 의해 차단되고 단아한 능선의 매력은 언제부턴가 찾을 길이 없다.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의 입에서는 오름의 조망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말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람중심인가 자연중심인가 논란은 많겠지만 아부 오름에서 오름의 조망권 문제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오름을 찾는 탐방객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로인한 물리적, 문화적 훼손 역시 충분히 예측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환경부에서 양성하는 자연환경해설사 또는 지역주민을 배치하여 안내와 홍보 그리고 정보전달의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일차적인 오름 탐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알아서 자연친화적 탐방문화를 유도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제주도 전역의 오름을 대상으로 탐방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름을 선정하고 오름의 특성과 이용실태를 파악하여 오름에 맞는 현실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름 위에 부는 바람이 모두에게 생명의 바람이 되고 즐거움의 바람이 되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바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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