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조선시대 이혼제도의 근간으로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꼽을 수 있다. 고려말 이후 왕성해진 유교적 사회제도의 보급에 따라 정착됐으며, 아내를 내쫓는 이유가 됐다.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부정한 행위, 질투, 나병·간질 등 유전병, 말이 많은 것, 훔치는 것 등 일곱 가지다. 이중 부정한 행위와 훔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사회일반의 범죄행위로 적용됐으며, 나머지 사항들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필연적 요구에서 나왔다.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함은 불효의 표현이고, 아들이 없음은 가계계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일로 여겨졌다. 

또 부정한 행위는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고, 질투는 축첩제의 유지에 방해원인이 되며, 악질은 자손의 번영에 해로운 것이며, 말이 많은 것은 가족공동생활의 불화와 이간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처럼 일곱 가지 사항이 이혼 사유가 됐던 것은 아내를 단순히 남편 개인의 처로 맞이한 것이 아니라 조상의 뒤를 잇는 가문 전체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시집의 자녀와 화목하지 않으면 비록 선량하더라도 시집에 적합하다고 할 수 없었다. 남편에게 봉사하는 것보다 시집에 봉사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칠거지악에 해당하더라도 이혼을 금지하는 세 가지 법정사유가 있었다. '삼불거'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이혼을 금지한 사례는 조선왕조실록에 적지 않게 나타난다. 조선 말기에 제정된 조선조 최후의 법전인 형법대전에는 무자와 질투의 두 가지 사유는 이혼의 조건 중에서 삭제했다. 또 삼불거 중에서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금지하고자 그 항목을 첨가해 사불거로 했다. 이 규정은 1908년 형법대전의 개정으로 폐지됐다. 

민선6기 제주도정 출범 이후 도내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경관 및 건축심의 등 각종 심의절차 외에 자본검증제도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수년간 많은 시간과 사업비를 투자했지만 도정의 규제정책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제주도의 규제정책에 지나침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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