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로누푸섬의 여우」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던 북쪽 작은 섬의 여우 가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하고 있다.

북쪽의 어느 작은 섬. 봄철 파랗게 피어나는 잔디의 부드러움을 닮은 이들 여우 가족에게는 매년 섬으로 고기를 낚으러 오는 노부부가 친구나 다름없다.

아기 여우는 아이가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라도 되는 냥 그들과 함게 지내며 정을 쌓는다.

어느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섬을 떠나고, 그 섬에 군인들이 들어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아빠 여우와 오빠 여우는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고 막내 여우는 군인들이 쳐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군인들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엄마 여우는 막내 여우를 위해 먹을 것을 날라다 주지만 그들은 끝내 숨지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난 뒤, 할아버지 할머니가 섬을 찾았을 때는 마치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함께 있는 듯한 두 개의 꽃 무리를 보게 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작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어느 섬에서 조그만 여우가 덫에 걸려 죽어있는 것을 보았던 것을 바탕으로 한 동화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일본 전국도서관 협의회의 좋은 그림책으로 선정된 「치로누프 섬의 여우」는 가족의 소중함과 자연의 소중함, 그리고 평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정인출판사.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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