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바둑기사들은 대국이 끝나면 반드시 복기(復棋)를 한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바둑 용어 가운데 하나가 복기는 일종의 복습과 비슷한 의미라 할 수 있다. 복기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다 둔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두는 행위로 정의한다. 바둑을 둔 후 복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왜 이겼는지, 반대로 왜 졌는지 확인하고 다음 대국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여러 가지 게임 가운데 바둑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대국과 동일한 기보가 그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바둑 기사들은 복기를 통해 자신과 상대의 한수 한수가 놓이게 된 이유와 배경을 파고든다. 복기 자체의 행위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지만 그 행동의 방향은 미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들이 복기를 하면서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긴 것에 대해 또 다시 기뻐하고, 진 것에 대해 자책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굳이 복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두었던 수를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면 복기는 새로운 수확이자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이긴 바둑이든 진 바둑이든 반드시 복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미래를 위해 대비하기 위함인 것이다.

바둑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복기는 중요하다. 잘했건 못했건 과거를 되돌아봐야 보다 확실한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나서고, 제주를 비롯한 지역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것도 과거에 진행된 사업과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묻고 점검을 해 앞으로 진행할 사업과 정책에 대한 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국감이나 행감에 임하는 의회는 바둑에서 복기하는 것처럼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맹탕, 봐주기, 수박겉 핥기 등의 감사라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중앙행정부처나 자자체도 국감과 행감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온갖 변명에 소나기피하기식 등으로 안일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많다. 국감이든, 행정이든, 상시감사든, 감사기관와 피감기관들인 항상 바둑에서 복기하는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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