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 차장

'벼락치기'란 시간이 임박해 급히 서둘러 일을 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한번쯤은 벼락치기 공부를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다가 시험기간이 닥쳐서야 밤새워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간혹 운이 좋아 기대 이상의 점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제주도가 최근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성급히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이 바로 '벼락치기'다.

제주도 대중교통체계가 개편·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도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석연치 않은 업무협약 등 대중교통체계 개편 과정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가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도의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데다 표준운송원가가 민간버스업체에 유리하게 체결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교통 개편 과정에서 인도가 잘려나가면서 보행자의 안전과 권리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의 성급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과정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정은 마음이 급해 대중교통체계 개편 과정에서 실수를 남발하고 있고 그사이 도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변경되는 노선에 맞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초자료를 만들고 이것을 토대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도민 등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등 준비 없이 '벼락치기' 하듯이 단숨에 대중교통을 개편하겠다는 방식으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정착되기 어렵다.

특히 눈앞의 성과를 내기 위해 급급해서도 안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성과를 내기 위해 어설프게 서두르다 보면 실패하고 만다. 원 도정의 대중교통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무리한 추진보다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한 원 도정의 신뢰 회복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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