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 제주교도소장

매해 10월 28일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교정공무원들에게 특별한 '교정의 날'이다. 교정공무원의 사기를 높이고 수용자의 사회복귀 의지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교정의 날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 28일 일본으로부터 교정시설 19개소와 수용 인원 22,279명, 교정공무원 3,938명 및 교정 행정 업무 전반을 인수한 것이 그 역사적 유래이다. 

그로부터 72년이 지난 2017년의 교정행정은 교정시설 53개소와 수용인원 57,000여명, 교정공무원 15,800여명으로 성장했다. 인구 성장에 따른 외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그 내용 면에서도 다른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심리치료, 의료, 직업훈련, 사회복지, 외국어 등 각 분야의 전문 직원을 채용하고 과학적 분류심사와 수용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개별처우를 심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교정은 '가두는 교정'에서 '사람을 바꾸는 교정'으로 부단히 변화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교도소를 참관해 본다면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다양한 처우에 놀랄 것이고, 폐쇄적일 것 같은 교정시설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재능기부자로 자원봉사자로 수용자 교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사람을 바꾸는 일은 어떤 프로그램을 입력하여 상품을 찍어내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출소자의 재범소식에 가슴이 무너지는 것이 교도관이다. 사람마다 기질과 인성, 능력과 환경이 다르고 범죄의 원인도 복잡 다양하여 그에 따른 접근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더군다나 포기할 일도 아니다. 

'교정(矯正)'의 사전적 뜻은 '틀어지거나 굽은 것 또는 결점을 바로잡음'이다. 예전 선배님들은 '교정'을 '굽은 나무를 펴는 일'에 비유하곤 했다. 일단 굽거나 틀어진 나무는 단번에 펼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간 '뚝'하고 부러지기 십상이다. 먼저 굽은 원인을 찾아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철사나 지지대를 이용하여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교정이 사람 연구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매일같이 온갖 범죄 소식이 넘쳐 난다. 최근 제주유입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범죄율의 가파른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범죄율의 증가는 교도소 수용인원 증가로 이어졌고, 교정직원들의 피로도 또한 높아졌다. 

수용자의 입소로부터 출소까지 적게는 수일 많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무기수와 사형수도 상당수다. 초범에서 전과 십 수범, 경범죄에서 강력범죄, 앳된 10대부터 황혼의 90대 노인, 노숙자부터 최고 권력자, 건강한 사람부터 중증의 환자, 정신질환자 등 입소자의 양태도 다양하다. 교도소에 들어와도 삶은 계속 이어지고 이들의 24시간에, 아니 어쩌면 평생의 삶에 교도관이 있다. 

교도관의 삶 역시 '반(半) 징역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출근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교도소 담장 안에서 수용자와 부대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교도관은 엄한 감시자이자 보호자이며, 상담자,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향한 안내자이다. 

매년 교정의 날 즈음에 3일간에 걸친 수용자 가을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이름하여 '교정마을 고찌갑주(같이 가자)' 행사다. 연극, 가요, 합창, 클래식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기획되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작은 축제다.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과 봉사자의 마음이 '고찌갑주'라는 한 단어에 녹아있다.

오늘 우리 교정은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더욱 전문화된 교정을 연구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부단히 공감하고 소통하며 한 사람의 미래이자 또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 흔히 교정을 사회방위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그러나 교도소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또 다른 시발역(始發驛)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관심과 믿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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