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12. 돈내코계곡

돈내코계곡에는 상록수림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는데 면적으로 볼 때 국내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돈내코 계곡 전경.

곶자왈과 다른 지역간 식생 비교 관찰 중요
돈내코계곡 상록수림 울창…전국 최대 규모

△ 곶자왈 식생 정체성 유추

곶자왈들 사이에 식생은 서로 다른가. 곶자왈과 곶자왈이 아닌 지역의 식생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금까지 선흘곶자왈과 교래곶자왈, 그리고 안덕-저지곶자왈 식생의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이 곶자왈 지역들은 제주도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선흘곶자왈은 주로 파호이호이용암으로, 교래곶자왈은 전이용암으로 이뤄져 있다. 안덕-한경곶자왈은 주로 아아용암으로 이뤄져있다.

이런 차이를 반영하듯 이 곶자왈들 사이에는 식생에 있어서도 현저하게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곶자왈이 아닌 지역은 어떤 식생으로 돼 있을까. 곶자왈이 아닌 지역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관찰한다면 곶자왈 식생의 정체성은 어떤 것이며, 곶자왈간에는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인지 선명하게 들어날 것이다.

△ 국내 최대 상록수림

균형자 또는 저울추로서 적당한 식생은 어디일까.

효돈천계곡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해 거의 정남향인 서귀포 효돈동의 쇠소깍까지 흐른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깊고 넓은 계곡으로 식생의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해 원래 이 지역의 식생을 짐작하기에 좋은 장소가 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돈내코계곡은 해발 약 200m 이상을 통칭하고 있다.

이 일대는 상록수림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는데 그 면적으로 볼 때 국내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식생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한 사례가 있다. 오구균, 고정군, 김태환 등은 '2007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1권 2호'에 '한라산 돈내코계곡의 해발고별 식물군집 분포'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본 논문에서는 돈내코계곡의 해발 200m에서 1350m까지 조사한 결과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 지역에서 상록수는 조사지 전체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상록수가 군집을 이루는 지역은 해발 700m까지였다. 바닷가에서 이곳까지가 삼림식생대로 볼 때 아열대상록활엽수림대라는 뜻이다.

숲의 상층은 높이가 11~18m에 달했다. 이 지역 일대에서 관찰된 나무는 22종류였다. 제주도지역 상록수림에 거의 항상 출현한다고 할 수 있는 사스레피나무가 1050m까지 분포해 아열대성 나무로는 가장 높은 지역까지 분포하고 있었다.

여러 곶자왈지대에서 관찰되는 나무로는 동백나무가 해발 700미터, 참가시나무 해발 550m, 조록나무 해발 500m까지 분포했다.

붉가시나무는 이 수종으로 봐서는 상당히 고지대라고 할 수 있는 해발 750m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돼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구간에 따라 6~15종류가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나무들은 모두 비슷한 수로 균일한 식생을 형성하고 있을까.

돈내코계곡을 구성하고 있는 구실잣밤나무와 붉가시나무.

△ 곶자왈 식생과 엇갈려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나타난 곶자왈 식생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곳 15개의 식생단위에서 10개소가 상록수림이었다. 그 중 구실잣밤나무군락 5개소, 붉가시나무군락 5개소였다.

해발 350m까지는 구실잣밤나무가, 그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붉가시나무가 많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선흘곶자왈에서는 구실잣밤나무가 종가시나무에 비해 현저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붉가시나무는 출현한다고는 하나 군락으로서 위상을 확보하지는 않았다.

안덕-한경서광곶자왈에서는 아예 구실잣밤나무 군락이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개체수도 매우 적었다. 붉가시나무는 전혀 출현하지 않았다. 이 안덕-한경곶자왈의 상록수림은 모두 종가시나무군락이었다.

그런대로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갖는 곶자왈은 교래곶자왈이었는데 그나마 소규모지만 구실잣밤나무군락과 붉가시나무군락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정도다.

또 하나 돈내코상록수림이 곶자왈 식생과 다른 점은 종가시나무군락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모든 곶자왈 상록수림식생은 종가시나무군락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곶자왈이 아닌 계곡의 상록수림, 그 중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상록수림이라고 하는 돈내코계곡을 지배하는 종은 구실잣밤나무거나 붉가시나무다.

그런데 곶자왈 상록수림 식생을 지배하는 종은 종가시나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건 무얼 말하는 것일까.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온도 조건따라 특정한 종들 공동사회 구성

식물, 온도 변화에 민감
열대 및 온대 경계 20℃

위도나 표고가 변하면 온도 조건도 변하기 마련이다.

식물은 이러한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종에 따라서 적응을 잘 하거나 선호하는 특정한 온도범위를 갖는다.

따라서 온도 조건에 따라 특정한 종들이 공동사회를 구성하면서 띠 모양으로 분포하게 된다. 이런 지역을 식생대 또는 식물대라고 한다.

이러한 분포 양상이 해발고에 따라 형성하게 되면 수직식물분포대라고 한다. 또 삼림에 착안해 표현할 땐 삼림대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우에키라는 학자가 조선삼림식물대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1972년 울프라는 학자는 동아시아의 식생대에 대해 연평균기온 25℃를 협의의 열대다우림의 북한계로, 그보다 북쪽은 20℃까지 준열대다우림으로 규정했다.

준열대다우림은 흔히 외관상 열대다우림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를 열대의 식생대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다면 연평균 20℃가 열대와 온대의 식생대의 경계가 된다.

그 북쪽 20~13℃까지는 상록활엽수림대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열대다우림에서 나타나는 특징들, 예를 들면 잎의 크기가 작고, 판근이나 간생화 등을 갖는 종들이 많이 나타나는 등의 열대다우림 속성도 없어지게 된다.

이것을 아중형엽 상록활엽수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열대상록활엽수림이다. 이 영역은 결국 열대와 온대의 이행부적인 식생대이다.

홀드리지는 17℃를 경계로 아열대와 난온대를 좀 더 자세히 구분하고 있다.

서귀포의 연평균기온은 17℃ 정도이므로 곶자왈식생은 아열대림 또는 난온대림 그 어느 쪽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보다 더 높은 고도 또는 위도로 가면서 온도는 낮아지는데 13~6℃는 냉온대낙엽수림, 6~3℃까지를 한온대 상록침엽수림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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