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쌀쌀한 날씨 속의 신산공원. 한쪽에서는 추위로 몸을 움츠린 중·장년층 10여명이 쓰레기통에 장작불을 붙여 몸을 녹이는 등 황량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신산공원은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바뀐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손·발을 움직이는 소녀들의 몸놀림이 황량한 벌판을 가르는 야생마처럼 신산공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8일 오후만 해도 여고생들은 이마에 땀방울을 맺은 채 춤동작을 연습하며 따뜻한 봄바람을 신산공원 구석구석에 전달하고 있다.

△“소망하는 모든 것을 이루자”
 신산공원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소녀 5명은 신성여고 선·후배로 구성된 고등학교 댄스동아리 ‘다이(多貽)’.

 리더격의 양지연양(2)을 비롯해 정은선(2)·강문리(2)·조은아(1)·김영보(1)양이 멤버(회원)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명칭 ‘다이’는 모든 것을 이루고 싶은 청소년들의 욕구가 강하게 담겨 있다.

 학창시절의 학업과 학생활동 중 어느 것 하나만을 선택, 편식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게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양지연양은 “청소년기에는 학업 못지 않게 학생활동 역시 중요하다”며 “어떠한 분야에서든지 최선을 다하고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동아리명칭을 "다이"로 붙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사적이고 절제된 춤 ‘팝핑’
 다이는 고교댄스동아리로서의 활동경력이 3개월밖에 되지 않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다.

 다이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11월22일. 처음에는 입학후 학내 댄스동아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팝댄스(팝핑)를 주특기로 독자 댄스팀을 구성하고 싶어 의견이 일치된 여고생 5명이 창단했다.

 팝핑을 주특기로 삼은 것은 브레이크댄스·힙합·락댄스(락킹)·재즈댄스·비보이(B-boy)댄스 등 춤의 여러 장르 중에서 가장 신사적이고 절제된 춤이라는 인식에서다.

 여고생 5명은 손목·팔꿈치·목·무릎 등의 관절이나 근육을 이용해 마치 몸을 튕기 듯이 연속동작으로 펼치는 팝핑에 큰 매력을 느꼈다며 팝핑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팝핑은 댄서 모두가 통일된 동작을 보여야해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고생 5명은 방과후나 방학중에 신산공원에 모여 매일 2∼3시간이상씩 서로의 잘못된 동작을 지적하는 등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다이는 동아리결성이전부터 여러 사회단체의 행사에 초청, 공연·경연을 벌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제주YMCA가 마련한 장애인캠프에서 무료 공연을 벌이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동아리결성 이후에는 청소년 행사가 열릴 때마다 ‘단골’ 동아리로 초청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2002년 제주교육문화주간 개막식 행사를 비롯해 지난 5∼7일까지 열린 제주일고의 제14회 일맥제 개막식에도 초청, 팝핑을 선보였다.

△댄스는 청소년의 놀이프로그램
 여고생들에게 춤은 젊음을 배출하는 통로도 아니고, 자유·해방감을 느끼는 탈출구는 더더욱 아니다.

 컴퓨터·TV 앞에만 앉아있는 청소년들에 비해 댄스가 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이회원 5명은 “남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농구를 즐기는 것처럼 댄스는 여고생의 건전한 청소년놀이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과 맞닥뜨릴 때마다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는 등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량 청소년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고생들은 춤이 자신들의 삶의 전제조건이 아니기에 나름대로의 인생목표를 한가지씩 세우고 있다.

 작곡가·한의사·역사학자·헤어디자이너 등 춤과는 무관한 인생의 목표를 하나씩 갖고 있다.

 처음에 반대가 심했던 부모들도 자녀들이 학생신분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과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이해를 하고 있다.

 강문리양은 “문화생활공간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한 도내 현실에서 춤은 방과후에 즐길 수 있는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라며 기성세대의 올바른 평가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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