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우 노하우석세스시스템 대표·논설위원

11월 11일은 1996년 법으로 제정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전통적 농업 철학을 바탕으로 '흙 토'자가 겹치는 11월 11일로 지정되었다. '흙 토(土)'를 풀어쓰면 십일(十一)이 된다.11월11일은 십일(十一)이 두 개 겹쳐서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고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려는 취지에서 제정된 날인데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빼빼로데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빼빼로데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의 의미가 묻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빼빼로'는 L제과에서 1983년에 출시된 과자명이다. 당시에 부산경남지역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하게 되길 바란다.' 의미로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를 선물하며 11월11일 11시에 먹으면 날씬해진다는 다소 장난스러운 의미를 1997년부터 L제과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과 함께 빼빼로데이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유행으로 번지자, H제과에서는 길쭉한 모양의 스틱과자 제품을 출시하며 '스틱데이'로 홍보하며 마케팅에 활용하였다. 이에 특정 회사의 상술이라는 비난과 함께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주고받던 유래와는 무색하게 해당 제품의 높은 칼로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중국의 11월11일은 어떠한가?
중국에서 11월 11일을 혼자를 의미하는 '1'이 4개가 겹친 '광군제(光棍?)'라 부른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남,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1'자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솔로를 챙겨주는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날은 젊은 층의 소개팅과 파티, 선물 교환 등이 주요 이슈를 이룬다. 2009년부터 중국 최대의 플랫폼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자회사인 타오바오몰에서 통해 솔로들을 위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쇼핑데이로 탈바꿈했다. 2017년 11월11일 하루 매출액이 50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알리바바가 28조원을 기록하고 그 뒤를 징둥(京?)닷컴이 2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날 광군제 판매액은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구매액 보다 일곱 배 이상 많다. 4차 산업혁명시대 트렌드에 맞는 중국의 광군제의 혁신성장 시대정신과 글로벌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

광군제의 성공에 힘입어 알리바바그룹을 비롯한 플랫폼기업들이 큰 폭의 할인율을 앞세우며 박리다매전략을 펼치고, 검색시장을 장악한 바이두는 이번 광군제에서 고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이용한 맞춤형 검색광고를 서비스했다. 고객의 검색패턴을 파악해 고객이 가장 보고 싶어 할 광고를 자동으로 전면에 배치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고객을 연결시키는 방식을 활용했다. 놀라운 사실은 인구수가 많은 중국에서만 매출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소비자가 직구로 광군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솔로들의 외로움을 쇼핑과 선물로 위로한다는 소박한 취지로 시작된 광군제가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우둑 설 수 있었던 것은 잭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온라인, 오프라인과 모바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신유통 혁신을 과감하게 실행한 결과다.

광군제보다 12년 먼저 시작했던 한국의 빼빼로데이는 여전히 제과업체 과자매출에 기여할 뿐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외국사례 벤치마킹 세일 페스티벌은 할인율이 평소와 다를 바 없어 소비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 보다는 '농업인의 날'로 만들어 농산품 판로를 개척해주는 날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광군제의 새로운 특징은 소비 품목의 다양화와 농산품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알리바바가 농산품 판로 확보를 위해 2014년 지방정부와 협력해 설립한 '농촌타오바오(農村淘寶)' 플랫폼이 모바일타오바오 시스템과 결합해 기능과 서비스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서부 지역의 각종 농산물이 중국 전역 350개 도시로 팔려나갔다. 특히 상하이, 항저우, 베이징 등 대도시 소비자들의 농산품 구매량이 크게 늘었다.

농산품 판매량 증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 동부에 비해 낙후된 중서부 지역, 농촌 지역에 집중된 빈곤계층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광군제가 이러한 중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까지 내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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