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논설위원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사라질 것인가(Change or Perish)?'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1950년대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5년이었지만 2015년에는 15년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리한 투자, 비용증대, 경쟁과열 등 회사가 망하는 이유야 수십 가지지만 공통된 이유는 변화에 적응 못하는 환경과의 부조화에 기인한다.      

한국경영학회에서는 2013년부터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를 한국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 수단이자 한국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해 왔다. 기업이 생존과 지속가능경영을 모색하며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넘어서 사회·경제·환경 등 생태계 전반의 가치 선순환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Everyday Low Price(매일 매일 최저가)!' 미국의 55년 된 장수기업 월마트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상품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Buy America!' 즉 비싸더라도 자국에서 만든 제품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기꺼이 구매를 하고 해외 나간 공장들이 하나 둘 다시 돌아오며 일자리가 생겨난다.

전 세계 350개 매장에서 1년에 500억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스위스 가방회사 프라이탁(FREITAG)은 가방의 소재가 트럭에 비 맞지 말라고 덮는 방수비닐이나 자동차의 안전벨트다. 그것도 일정기간 사용한 재활용품들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식품회사 네슬레는 아프리카 커피농장과의 단순 직거래를 넘어서 기술과 교육을 제공하고 환경경영을 통해 농가의 수입을 늘리고 소비자에게도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 CSV를 통해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무인도를 포함해서 11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몰디브. 200여개가 개발돼서 절반은 현지인, 절반은 관광객 차지라고 한다. 만성 물 부족 국가에다 실업률이 28%, 국민의 20%가 극빈층이다. 하루에 관광객 한 명이 버리는 쓰레기는 4킬로그램, 물은 현지인의 30배 이상을 사용한다. 관광수입의 대부분은 일부 특권층과 다국적 기업들이 챙겨가고 정작 주민들은 물 부족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과 공존하지 못하는 건강하지 못한 관광이다.

관광객 숫자만 관리하는 대량관광은 외부자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개발위주 양적 성장이다. 내부 자립도는 후퇴하고 성장의 과실은 불균형해진다. 불공정관광은 사회가치를 훼손한다. 관광객과 주민이 서로 불편해지고 장애인과 노년층은 여행기회가 적어지며 현지의 문화와 생태계는 고통 받고, 관광산업 간에는 갑을관계가 만들어진다. 또한 과잉관광은 관광생태계를 위협한다. 생태학적 수용력과 시설수용력은 관리 밖이고, 재생가능 범위 내 성장은 요원하며 주민정주 여건 악화, 관광지 공동화 등 관광공포가 현실화된다.

제주관광은 지속가능할까. 제주관광은 질적 성장 위한 변곡점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질적 성장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가격우위를 유지하고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수용능력 평가, 관광 이해관계자의 공존, 그리고 재방문을 위한 콘텐츠도 개발돼야한다.

기본 인프라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공정관광이어야 하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양과 질의 다양성 공존이 필요하고, 역량 있는 관광조직이 절차상의 공유와 공감 속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양육강식과 적자생존 속에서 경쟁만큼이나 협력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진화론적으로 혼자 살아남은 개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사람에 '중독'된 뇌를 가진 호모사피엔스만이 생존한 이유는 뭘까?

제주관광의 지속가능과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공존과 협력에서 찾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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