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성서에 예수의 양 한 마리에 대한 비유가 있다. 어느 날 죄인들이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모였다. 이것을 바라본 율법 학자들은 "저 사람은 죄인들을 환영하고 음식까지 나누고 있구나"라고 하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에 예수는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흔아홉 마리는 들판에 그대로 둔 채 잃은 양을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찾게 되면 기뻐서 양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이웃을 모으고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양을 찾았습니다.' 하며 좋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채장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번 수능 연기 결정은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몇 계단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명백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와 배려가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는 그 가치와 배려를 위해 시민의 지성을 믿고 일부의 비난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같은 경험을 통해서 배워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채장수 교수는 이번에 수능을 보는 고3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취임 직후 제주 미래 비전의 핵심가치를 '청정'과 '공존'으로 설정했다. 제주도정 목표인 비정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도민의 삶이 녹아있는 문화, 제주도민의 가치를 키워 청정과 공존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난개발 방지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한 지역경제 악영향이란 불평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키워졌는지는 도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명백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와 배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흔 아홉 마리 양을 위해 한 마리 양을 희생시키기보다 아흔 아홉 마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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