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옥주 블루클럽서귀포점 대표

얼마 전부터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세계문학들을 다시 읽고 있다. 「돈키호테」 라든지 「걸리버 여행기」같은 소설들을 다시 읽으면서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엉뚱한 기사 돈키호테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던 글에서 당시 타락한 귀족사회와 종교 지도자들이야말로 돈키호테보다 훨씬 우스운 존재였다는 비판적 시각을 발견했고, 소인국과 대인국을 오가던 걸리버의 신기한 모험 속에서 근대 영국정치의 당파싸움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세계 문학 다시 읽기를 통해 한참 동안 식었던 나의 감정과 인성들이 다시금 데워져서 내 자신이 조금 더 익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익어간다'는 말은 여러 가지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여물다' '성숙하다' 등 대부분의 관련 어휘들은 어떤 상태가 속속들이 변하여 부드러워지고 먹을 수 있게 됨을 나타낸다. 사람에 빗댄다면 남에게 뭔가를 줄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의 가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고 하는 영화 대사도 있듯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잘 익어가야 함이 도리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 익은 열매만이 그 안에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문제는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다 익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의 어르신들이라고 할 만한 분들의 모습을 보면 익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이 난무하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상대를 끌어내리는 태도와 SNS에서의 무책임한 마녀사냥 등은 차라리 행패에 가깝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사회의 '잘 익은' 지도자는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수는 "입으로 들어가 뒤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설파하였다. 스스로를 이 나라의 지도자라고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어린 시절 읽었던 세계아동문학전집을 다시 한번 읽어 보면서 정말 국민들을 위해 잘 익은 열매와 씨앗이 되기 위해 애써 주실 것을 감히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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