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차장

제주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에 다가갈수록 귤빛도 짙어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로 귤림추색(橘林秋色)이다. 귤이 익는 늦가을의 경색(景色)을 영주12경 중 제4경으로 꼽는다.

제주 대표 특산품 감귤의 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 감귤은 신하에게 왕의 하사품으로도 사용됐다. 특히 왕이 제주 감귤을 성균관(成均館) 학생에게 나눠주고 과거를 봤던 것이 하나의 관례로 정착되기도 했다. 이 과거는 황감제(黃柑製) 혹은 감제(柑製), 곧 '황금빛 감귤과거'라 일컬어졌다. 

제주감귤이 왕에게 진상되면, 조선시대 지식인 거의가 주목하던 과거가 국가적 이벤트로 벌어졌다. 이는 1564년(명종 19) 이래 300여 년 동안 지속됐다. 또 왕실 제사상에 오르는 과일 중 으뜸도 제주감귤이다.

조선시대 먹거리 특히 과일이 풍부하지 않던 시절의 감귤은 매우 중요한 진상품이었다. 특히 감귤은 왕실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왕조실록에 99회나 기록돼 있을 정도로 귀중한 과일이었다.

근대로 들어와서도 감귤의 상품가치는 여전해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감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 불렸을 정도로 대접받았다. 1980년대 이후 생산량이 크게 늘며 최근에는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됐지만 여전히 감귤은 겨울철 대표과일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어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빛에는 그림자가 공존하듯 제주감귤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최근 비상품 감귤 유통이라는 부작용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올해부터 감귤 품질이 10브릭스 이상이면 상품으로 유통할 수 있지만 최근 대도시 도매시장에서 비상품 감귤 유통행위가 여전히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양심 행위는 제주감귤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가격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꼴'이다.

제주감귤은 제주도의 보물이다. 보물을 보물로 보지 못하는 안목을 가지고서는 왕에 진상되던 과일 중 으뜸인 제주감귤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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