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언제부턴가 연말이 되면 다음 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진보적 기술이 만들어내는 상품들이 소비 행태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소비 트렌드는 과거와 매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최대한 개성적으로 활용하는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다. 상품이라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지고 이익이 분배되는 과정까지도 투명성과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기본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주는 차별화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제품에 무엇인가를 섞어 기존과 다른 제품으로 느끼게 하거나, 자극적인 색감이나 씹는 소리 등의 색다른 경험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체험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에 맞춰 크기가 작거나 소용량의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동일한 비용을 지불할 때도 많은 양을 추구하기보다 품질이나 소유했을 때의 만족도를 먼저 판단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와 소비를 이끌어 가는 집단으로 1980~2000년대에 출생한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가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넉넉한 소비 대신 작은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해 개성적이고 독특한 소비성향이 나타나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올해 8월 발표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자료에서는, 2015년 6월 기준으로 제주지역에 1,053개였던 커피숍과 카페가 2017년 7월말 2,100개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제주지역 커피숍과 카페가 2년만에 무려 두배나 증가한 사실은 단순히 이주 인구나 외래 방문객 증가만이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담없는 가격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채워 줄 매력적인 공간을 찾아 상품을 평가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인정받음으로써 행복해하는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와 나이대의 범위가 넓어 이러한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므로 이들의 욕구에 맞춘 상품성을 지니는 도시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작은 비용을 투자하고 최대의 만족을 얻는 것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남과 다른 일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고 남과 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때는 방법이라도 달리 해야만 만족이 극대화 된다. 같은 여행지에서도 남들이 찾지 못했을 것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자신의 시선이 특별함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나 위험한 벼랑 끝에서 셀카를 찍어 공유하는 것도 차별화된 만족을 위해서다. 

디지털의 네트워크적 특성으로 대면하지 않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는 있으나 확실하지 않은 관계에 대한 인식은 사소하더라도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서게 하고 있다. 이는 소득수준이 3만 달러 수준에서 자신의 생활 반경에 집중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자리잡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사회와도 연계성이 높다. 즉,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찾아가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집단은 당연히 도시의 트렌드를 변화시키는데도 리더십을 갖는다. 제주가 세계적인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가원하는 것을 먼저 찾아내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도시를 대하는 방법과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타인에게 자극을 주면서 행동을 변화하게 하는 순환구조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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