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제주도의회의 예산안 심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놓은 당초예산안은 5조297억원 규모, 복지예산은 이 가운데 1조원이다. 전체예산의 20%에 해당한다. 

도정은 2018년 도정운영 목표를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 향상'으로 정했다고 한다. 

'삶의 질과 행복도 향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복지의 역할이 인간의 삶의 질 개선이고 궁극적 목적이 행복추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제주도정이 복지에 매진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복지예산비중을 보면 복지정책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도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복지예산비중이 낮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광역지자체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질타다. 

복지예산비중이 낮다는 지적은 지난 수년간 계속 나오는 단골메뉴지만 개선이 되질 않고 있다. 현 도정에게 도의회의 회초리는 아픈 매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복지를 나열하거나 복지비용 충당에 대한 공약을 한 적이 없다.

실제 제주 복지예산 비중은 광역지자체 평균을 넘긴 적이 없고 증가의 속도도 더디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 복지(보건포함)예산은 2008년 이미 전체예산 대비 20%를 넘겼고 2016년 26.8%, 2017년 27.2%로 매해 그 증가폭을 넓혀왔다. 

반면 제주복지예산비중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2014년 20.98%였는데 2015년 도의회와 도정간에 예산갈등이 불거지면서 18.88%로 감소해 버렸다. 이후 2016년 19.05%, 2017년 19.09%, 2018년 20%로 점진적 증가를 하고는 있지만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약은 선거에서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그리고 당선 후 책임을 묻는 중요한 점검 척도가 된다. 

지난 민선5기 우근민지사의 경우, 복지예산 25%를 달성하겠다는 공약때문에 임기내내 복지공약을 지키라는 닦달을 받았고 2010년 16%가 안 되는 복지예산을 2014년 21%까지 올렸음에도 공약파기를 했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점검기준표가 복지예산 25%였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들이댈 복지점검표가 민선6기에는 없다. 원지사 복지공약은 '협치'로 퉁쳤기 때문이다. 

협치위원회에서 '복지의제의 채택, 예산결정'을 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집행하겠다는 것이 협치복지의 공약사항이다. 

'복지예산 비중'은 거론조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복지정책의 모니터링은 불가(不可)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복지예산은 원도정 스스로가 확대를 해야 한다. 

제주의 복지욕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유입인구의 증가는 긍정적 현상이지만 이에따른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예기치 못한 복지수요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개별공시지가의 상승으로 인해 기초연금을 받던 노인이 탈락하는 사태 등이 그 예이다. 

가뜩이나 제주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노인인구가 전국평균 보다 많다. 중앙정부의 복지는 지역별로 각기 다른 상황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최저선을 기준으로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복지도 도정이 해야 할 몫이다. 

타 지자체들은 지역특성에 맞는 복지계획을 경쟁하듯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그 가운데 무분별할 포풀리즘도 있지만, 제주복지가 과다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이다.

예산의 비증을 보면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음가는 곳에 돈 따라 간다는 말이다.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 향상이라는 도정운영 목표를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복지예산 비중부터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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