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제주도와 제주항공이 항공요금 인상문제로 법적다툼까지 벌였다. 제주항공이 지난 2월 제주도에 '제주관련 4개 노선에서 공시운임을 11.1% 올리겠다'고 통보하면서 다툼은 시작되었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의 일방적인 요금인상에 '요금 인상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맞섰다. 1심에서는 제주항공이 승소했으나, 고등법원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항공요금은 원상대로 되돌려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저비용 항공의 선두주자

되돌아보면 제주항공의 출범은 관광활성화를 넘어 제주도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양 항공사에 의해 지배되던 정기항공편 시장을 개방케 하였고, 이 시장 개방은 뒤를 이어 봇물 터지듯 저비용 항공사들이 설립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들과 함께 다양한 요금과 항공편 증대로 확연히 다른 환경을 만들어 내었다. 소비자의 선택 폭은 넓혀졌고, 관광객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도민들도 뭍 나들이가 쉬어졌다. 숙박과 관광 관련시설 등 장치산업들이 성수기와 비수기의 격차도 줄였다. 제주 올레의 성공도 저비용항공사의 저렴한 운임이 바탕이 되었다. 제주도의 50억원 투자는 이제 약 1천억원의 제주항공 주식자산으로 불어났다.

제주도가 지역 항공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무모하고 실현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적이었다. 사업파트너를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유수의 대기업들이 외면할 때, 애경그룹만이 나서주었다. 그룹 내부에서 수익성이 없다고 모두 반대했으나 최고경영자는 설립에 참여할 때 심정적으로 조상의 땅으로 제주도에 대한 애정이 한몫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룹 내 30여개의 계열사를 각각의 경영진에 맡기고 총괄하는 입장에만 있으며, 제주항공의 현재 경영진은 제주도와 정서적인 연대는 없고 경영성과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당연한 일로 볼 수 있지만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섭섭한 일이다.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데도 타 항공사보다 앞장서 요금을 올리려고 하고, 제주도가 바라는 노선개발도 미온적이다. 상호를 바꾸려하는가 하면 도민들에게 특별한 혜택도 없다. 지역의 기여도도 미미하다. 제주항공 쪽에서도 할 말은 있다. 처음 설립할 때 외에는 제주도가 도와준 것이 무엇이며, 그렇다고 도민들이 제주항공만 특정하여 탑승률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

각각의 입장이 있지만 이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 2001년 항공운임 인상 억제 대책으로 지역항공사 설립 안을 당시 도지사께 제안했던 필자로서 갈등 해소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요금인상 때마다 부닥치는 이 문제에 대해 제주도 당국은 예측가능하게 요금인상 룰을 만드는 것이다. 요금은 제주도가 원가계산 자체가 어렵고 도민들 의견도 각각 다르니, 적정한 수준에서 시장가격으로 정하는 것이다. 제주관련 국내선에서 저비용 항공사의 요금 상위 2개의 평균액을 최대 공시요금으로 하는 것이다. 수익은 보장하면서 요금인상에 앞장서지 말라는 뜻이다.

둘째, 제주항공은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더 역할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한 섬이나 관광지들은 항공사를 이용하여 마케팅 한다. 특히 '하와이언항공'은 1940년대부터 하와이를 세계화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날아다니는 홍보판과 항공사의 광고 속에 나타나는 '제주',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스며드는 인지도를 마케팅 비용으로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상생의 파트너로 거듭나길

하와이언항공은 하와이 섬의 절경을 배경으로 기내 안전수칙을 제작하여 홍보 효과와 함께 재미있는 영상을 꾸몄다. 제주항공도 이와 같이 기내?외에서 제주도의 홍보를 더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제주항공을 도민들이 성원하지 않겠는가?

좋은 관계로 시작한 사업이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상생의 파트너로 거듭 나도록 했으면 한다. 제주도는 공공성을 요구하고, 기업의 목표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런 법정다툼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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