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 차장

'주인과 손님이 뒤바뀌었다'고 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있다.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과 같이 행동을 바꾸어서 한다는 말로, 입장이 서로 뒤바뀐 것을 가리킨다. 손님이 도리어 주인처럼 행세한다는 뜻의 객반위주(客反爲主)와도 뜻이 통한다.

또 사물의 경중이나 완급의 순서가 뒤바뀐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제주시, 올해 1월 서귀포시를 시작으로 배출품목을 특정한 요일에 한정해 내다 버리고 수거하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요일별 배출제는 각종 생활쓰레기를 요일별로 철저히 분리해 배출·수거함으로써 매립쓰레기는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품은 2배로 늘려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늘리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불에 타는 쓰레기(종량제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출할 수 있지만, 재활용품과 불에 안 타는 쓰레기는 해당 요일만 배출하는 제도다.

하지만 도민들과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시행한 데다 준비까지 부족,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도는 요일별 배출제의 불편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재활용 도움센터'를 도입했다.

'재활용 도움센터'는 요일별 배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수시로 배출할 수 있는 데다 도우미가 분리배출까지 도와준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양 행정시에서는 '재활용 도움센터'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요일별 배출제'가 아닌 '재활용 도움센터' 홍보에 집중하는가 하면 '재활용 도움센터'를 매년 50곳씩 늘려 2020년까지 17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도는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 초기 도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점차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자평하고 있다.

일부 클린하우스가 깨끗해졌고, '재활용 도움센터'를 통해 요일 및 분리배출 문제가 다소 해소되면서 외형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마치 행정당국 스스로 '요일별 배출제는 실패했고, '재활용 도움센터'로 정책을 변경한다'고 말하는 듯한, 어느 순간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쓰레기 정책의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