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제주는 4월이면 계절병을 앓듯 아프다. 올해 4월 세월호가 참사 발생 1089일만에 녹슬고 찢긴 처참한 모습으로 끌어 올려졌다. 4월 앓이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진실'에 있다.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인 제주4·3과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모두 아픔의 진원을 제대로 알지 못해 더 아팠다.

올해 극장가는 아파도 좋으니 이유를 알고 싶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1987'이다.

'1987'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6·10 민주항쟁을 다뤘다는 점에서 크랭크인을 할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1987년 1월 14일 불법 체포된 22살 서울대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크린에 흐르는 시간은 2시간 남짓에 불과하지만 한 대학생의 죽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6월 광장의 함성으로 이어지기까지 6개월이 주는 가슴 저림과 아픔, 분노 같은 감정은 이미 사전 시사회를 통해 확인됐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 못했다.

앞서 8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가 은폐하려던 국가 폭력의 실체를 드러내는 평범한 이들의 노력을 2017년으로 소환했다. 영화는 이방인이었던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왔던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이란 인물의 용기가 전두환 정권의 만행을 세상에 드러내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말한다.

제주의 아픈 역사 4·3을 영상으로 담아낸 오멸 감독의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 2-지슬'은 침묵을 강요받았던 역사를 느리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스크린에 끌어내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세 편의 영화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상처를 각기 다른 색깔로 풀어냈다. 하지만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진실에서 우러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았던 것을 옮겨낸 용기와 진심이 통했다. 촛불을 쳐들고 맞았던 한해가 간다. 2018년은 진실을 묻기 전에 말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