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참사 3년만에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MBC 해직기자 등 6명이 복직하고 새로운 사장이 취임했다.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농단하던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구속됐고 징역 25년을 구형받았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도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지난 17일 교수신문은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파사현정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이 말은 불교 삼론종의 근본 교의로 중국 수나라 승려인 길장이 지은 '삼론현의'에 나온다. 파사현정을 추천한 최경봉 교수는 "사견과 사도가 정법을 짓누르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최재목 교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들도 "이전 정권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하던 것을 끊은 것이 파사였으며 새 정부는 현정을 해야할 때", "진실을 명백하게 밝힌 다음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등을 주문했다. 파사현정에 이어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재건함)', '환골탈태(換骨奪胎:낡은 제도 등을 고쳐 새롭게 거듭남)' 등이 후보에 올랐다.

놀랍게도 파사현정은 5년전인 2012년에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18대 대선을 치른 후 국민들은 새정부가 들어서서 이명박 정권 말기 잇따른 비리 의혹을 바로잡기를 기대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렸다. 그래서일까. 2014년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남을 속여 옳고 그름을 바꾼다는 의미의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에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뜻하는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해에서는 강물(백성)이 분노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꼽혔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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