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주) 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2018년 경제 단체장들의 공통적인 신년사 키워드는 '기업가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보면, 보호무역주의 확대, 생산가능 인구의 본격적인 감소, 고유가·고금리·원화강세 등 3중고로 한국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저성장 시대다. 일본, 유럽, 미국까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그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사회 등 환경이 매우 흡사하게 일본의 저성장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울러 요즈음은 한마디로 위기경영의 관리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업 5년 생존율은 30.2%, 독일은 39.8% 영국은 41%라고 하며 한국의 10대 그룹의 평균 연령은 69세라 한다. 두산 그룹이 121세, 삼성그룹이 80세이며 한국에도 장수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앞으로 어떤 기업이 100세 시대를 기록할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현재의 생존이 미래의 생존을 담보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의 생존이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장수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업이 장수하는 데는 정형화된 틀은 없다고 한다.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처럼 한우물만 파서 1429년을 살아남았던 기업도 있으며,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을 선도하던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 전문업체에서 통합솔루션업체로 과감히 변신한 IBM의 성공사례도 있다.

본고에서는 노키아·도시바·GE의 몰락 사례를 살펴보면서 CEO 리더십의 역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노키아의 몰락 사례]

얼마 전 세계적인 인사컨설팅업체의 헤이 그룹(Hay Group)의 게오그르 비엘미터(George Vielmetter) 유럽총괄이사는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의 휴대폰업체였던 핀란드의 노키아(Nokia)는 몰락의 이유를 리더에서 찾고 있었다.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로 우뚝 섰던 노키아의 2008년도의 시장점유율은 40%였을 때 노키아의 경영진은 더 이상 직원들과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12년 1/4분기에는 8.2%로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결국에는 시장을 잃고 말았는데, 결국 노키아는 스마트폰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피인수된 후 지금은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한때는 핀란드 수출 물량의 20%를 책임지며 핀란드 국민 기업인 노키아가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를 보면, 자기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확신, 시장점유율에 대한 자만, 스마트폰 기술 혁신을 이루고도 상용화 시키지 못한 판단의 오류, 협업 대신 독자 노선만을 고집한 시대착오적인 상황인식 등이 들 수 있다. 

노키아 몰락의 교훈은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켰는데 그 이유는 우리도 한 순간에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노키아 몰락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를 통해 발표되었다. 

몰락의 모습은 다양하나 그 원인을 보면 현실 안주, 환경 변화에 둔감, 판단 착오와 잘못된 전략적 선택들이 그것이다. 

노키아 몰락의 원인이 되었던 내부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핀란드라는 한정된 인구에 기반한 기업으로서 노키아는 일반 글로벌 첨단기업과는 달리 위계적 조직구조(hierarchical structure)였으며 자아실현이나 개인적 가치보다는 관계지향적·의존적인 조직이었다고 한다.

둘째,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 모두 회사에 곧 닥치게 될 위기와 공포를 감지했으나 그 성격은 서로 달랐다. 최고 경영진은 노키아에 닥쳐올 위기, 이른바 외부적 공포(external fear)를 충분히 체감했고 대응책을 모색 하려 했으나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핵심역량이 부족했다. 이들의 핵심역량 부족은 고스란히 중간관리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전가되었으며 중간 관리자들은 최고경영진의 압박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신분, 지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이른바 내부적 공포(internal fear)만을 키우게 되었을 뿐이었다. 

셋째,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들이 감지하던 공포에 대한 괴리감은 위기상황에서 최고위층은 더욱 공격적이고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중간관리자들을 더욱 위축시켜서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상하간의 정보 전달이 왜곡되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기업내부에서 사태를 타개해나갈 협력과 단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즉, 짐 콜린스가 설파한 기업쇠퇴의 5단계 중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자만심에 빠져드는 [몰락의 1단계]에서 노키아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시바의 몰락]

전 세계 기업의 우상이었던 일본 기업들의 비보(悲報)가 최근 끊이지 않는다. 일본의 얼굴이던 가전산업에선 샤프에 이어 도시바의 백색 가전 부문까지 중국 메이디(美的) 그룹에 인수되었다. 일본인들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도시바는 1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기·전자업체로서 연매출액 56조원, 종업원 수 18만명이 넘는 글로벌 대기업이다. 

냉장고와 세탁기(1930년), 자동전기밥솥(1955년), 컬러TV(1960년) 등 일본 최초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1985년엔 세계 최초로 노트북을 만들어 90년대 세계시장을 석권했고 1987년에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상용화했다.

일본 경제의 호황기를 뒷받침했던 일본의 자존심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디지털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2015년 7월에 1562억엔(1조 6000억원)의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의 몰락의 원인은 혁신과 도전보다 단기 실적에 급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계부정과 원전사업 실패는 물론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파벌주의와 관료주의 문화, 상명하복의 엄격한 군대 문화는 무조건 복종으로 이어졌고 변화에 대한 경직성 등이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GE의 몰락]

한때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던 GE가 방만 경영 및 구조조정 실패로 생존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기사에서 몰락의 이유는 리더에서 찾을 수 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조명회사로 창업한 GE가 100년 넘게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성공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GE를 경영했던 잭 웰치 회장은 1000개에 달하는 인수합병을 통해 재임기간 GE를 세계최고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세기의 경영자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전 세계 경영자들은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연구하고 경영전략을 따라했었다.

2001년 CEO에 오른 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금융·가전·미디어 사업에서 철수하고 가스·엔진·태양광·바이오 사이언스 등 종합 인프라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11년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에너지·항공·운송·헬스케어 등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사업이었으나, 잘못된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전력부문에 과도하게 투자한 이멀트 회장과 경영진의 오판이 실적부진과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작년 8월에 GE를 넘겨받은 플래너리 회장은 2018년 말까지 비용절감과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현지 언론은 "GE가 자산 매각과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며 "미래 성장전략을 찾지 못하면 125년 역사의 GE는 날개 없이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키아·도시바·GE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먼저, 노키아의 몰락 사례는 혁신이나 기술에 뒤처져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현실 안주, 환경 변화에 둔감, 판단 착오와 잘못된 전략적 선택들이 주원인이다. 

위기를 알고도 각 계층의 관리자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고 서로 책임전가만 하느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던 것으로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에는 화를 키운 것이다.

두 번째, 도시바의 몰락 사례는 혁신과 도전보다 단기 실적에 급급했으며  회계부정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 

일본기업의 고질적인 파벌주의와 관료주의 문화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을 못하는 경직성 등이 몰락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 번째, GE의 몰락 사례는 잘못된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전력부문에 과도하게 투자한 이멀트 회장 등 경영진의 전략적 오판과 무능이 실적부진과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저성장기 기업 환경하의 대응전략]

저성장기 기업환경에서는 기업의 대응하는 전략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성장기에는 매출감소, 가격경쟁 격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 및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원가경쟁력 및 제품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현금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기업경영전략을 재점검하고 현재의 비용 및 원가분석 외에 비용절감을 위한 목표설정 및 선택 가능한 대안파악 등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사업방식, 인력조직, 프로세스 및 시스템경영의 효율성을 추진하기 위한 전반적인 전략을 재검토하고 혁신경영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기업환경변화는 혁신적인 변화를 통한 적응을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노키아나 GE처럼 도태될 것이며 앞으로의 기업환경 변화는 더 가속화되고 다양화되리라고 본다.

지난 산업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대부분의 현상은 성공적인 모든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혁신역량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고 본다.

필자는 기업현장에서 다수의 기업들의 전략경영을 수립하고 때로는 제2창업선언을 통하여 기업의 변신을 꾀하려 하지만, 정작 변화해야할 기업의 CEO 마인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저성장기 시대에는 CEO의 의식전환이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인 래리 엘리슨은 포천 500대 기업에 10년, 20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하고 혁신을 추구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경을 딛고 일류 기업을 일구어 낸 CEO들은 비록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도 장래성이 없다면 과감히 털어버릴 줄 아는 변신의 귀재들이었다고 한다. CEO는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는 전략적 변화관리 능력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경영활동의 핵심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반세기 전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설파한 지속성장의 두 핵심요소인 '끊임없는 혁신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근간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CEO 스스로 최고가 되겠다는 분명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불굴의 의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경영환경에 도전하면서 혁신하고 혁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돌아갈 수도 있는 전략적인 사고도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