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닥종이 모임 4~7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서 전시회
서울 기반 40~80대 활동…공동작품 ‘해녀 이야기’눈길

평생 도시에서만 살았던 초보 농사꾼이 고민 끝에 이웃 노부부에게 비결을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도 ‘발소리를 많이 들려 주세요’”. 무슨 뜻인지 오래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부지런히 움직여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붓는 것. 그것은 제대로 삶을 사는 가장 기본적인 교훈이기도하다.

부지런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해녀들이 닥종이와 만난 자리에도 부지런한 발소리가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정성 없이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만났으니 그 시너지 역시 대단하다.서울 서초구 반포 4동 성당 ‘with 닥종이’모임이 4일부터 7일까지 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이다.

어르신을 위한 실버대학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모임은 지난 2015년부터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서로의 발소리를 즐기는 것으로 변모했다. 80세 ‘왕언니’에서부터 40대 막내까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으로 한 마음이 됐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를 손톱 크기로 찢고 밀가루를 풀어 쑨 풀로 하나하나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이다. 종이를 고르고 염색을 하는 과정까지 손을 타지 않는 것이 없다. 표정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정성스레 짓고 입히는 것이 마치 아이 하나를 키워 세상에 내놓는 것과 흡사하다.

공동작품인 ‘해녀 이야기’ 속에는 상군해녀에서부터 구덕을 흔들며 물질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까지 불턱에 빙 둘러 앉은 해녀 공동체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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