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사람들은 제주를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제주가 4다도(四多島)가 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바람과 돌이 많은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여자와 뚱보가 많아 4다도라는 것이다. 바람과 돌이야 자연적인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여자와 뚱보가 많다는 건 사회적인 문제로 개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남녀성비의 불균형은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와 제도를 낳고, 비만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기근이나 질병과 풍속 그리고 전쟁으로 남녀성비가 깨지면 족내혼은 약탈혼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좀 더 세련된 모습을 지닐 때, 이족간의 족외혼이 되었다. 족외혼은 성비의 불균형에서 오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을 통해 족내혼이 우생학적으로 열등한 자녀를 낳는다는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춘추좌전』에 "남녀가 성이 같으면 자손이 번성하지 않는다(男女同姓 其生不蕃)"라는 기록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 선진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일부일처제는 양성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문명사회의 제도이지만, 그것은 남녀성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제주도에 여자가 많다는 건 지역 특성상 어업을 생업으로 하다 보니 어업기술이나 조선술이 낙후했던 과거에는 수시로 만나는 폭풍과 풍랑 그리고 선박의 좌초로 남자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잦아 상대적으로 여자가 많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행정자치부 홈페이지(2016년 2월 현재)에 제주 인구는 627,442명 중, 남자 315,006명, 여자 312,436명으로 남녀비율은 1.01인 것을 보면,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 건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제주 주민은 습관적으로 더 먹고 덜 걷는 것이 뚱보를 양산한 것 같다.

국민건강공단이 발간한 '2017 비만 지도'를 보면, 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전국 성인 139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제주의 남성 비만율은 48.7%로 전국 1위이고, 여성 비만율도 26.5%로 강원(27.8%)보다 약간 적은 둘째다. 특히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도비만과 초고도 비만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엔 425km나 되는 올레길이 있지만, 도민들은 덜 걷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제주 도민은 운동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를 보면, 제주 도민의 40.3%(전국 평균 29.5%)는 체육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제주 지역 1332명의 식습관 조사에 따르면, 1일 평균 육류 섭취량은 135.5g으로 전국 평균 109.6g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반면, 채소와 과일은 다른 지역보다 덜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제주 도민의 비만은 이러한 습관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주민들의 수명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100세 이상 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 시도별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 692명보다 훨씬 적은17.2명으로 꼴찌서 세 번째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가 지금의 자조적인 사다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뚱보가 없는 무비만, 불법과 비행이 없는 무범죄, 환경 파괴나 대기와 수질 오염이 없는 무오염 그리고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는 무실조 등 사무(四無)의 기조 위에서 건강한 자연과 사회를 동시에 건설함으로써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도 와서 보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는 제주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왜냐하면 인류가 그리고 있는 이상사회란 다름 아닌 '살만한 사회(desirable society)'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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