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령 석사청구전 ‘삼촌’ 9일까지 도문예회관 2전시실

쌓아올린 것은 분명 선과 색인데 눈에 보이는 것은 정(情)이다. 불현 듯 낯익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작가가 직접 만난 이들의 숨이 불어넣어진 때문이다.

고혜령 작가의 석사청구전 ‘삼촌’이다. 9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에는 정겨운 부지런함이 묻어난다.

고 작가는 지난 2016년 제7회 연갤러리 신진청년작가 공모 기획을 통해 첫 개인전을 연데 이어 지난해도 다양한 형태의 그룹전과 개인전(캔싱턴 갤러리 11월 ‘조천, 길 위에서’ 등)을 진행했다.

이번 꺼내놓은 것은 그동안 보여줬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처음 ‘어머니’를 모델로 한 펜화를 선보였던 작가는 수채화의 특성에 ‘동네’라는 이름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작은 공간과 흔적을 훔쳤다. 4·3기획전에서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머리와 가슴에 새긴 그 날을 화면에 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삼촌’은 그런 작업들에 보태 가슴 높이에서 들여다본 ‘아는 이들의 삶’을 켜켜이 쌓아 올려 마음이 간다. 50·60대 연배 특유의 낮은 주름과 사람좋은 웃음, 익숙함에서 나오는 선한 눈빛이 수백·수천 번의 선 작업을 통해 드러난다. 유화물감을 넣은 지퍼 백 끝을 잘라 짜낸 선에 대상이 즐겨 입는 옷이나 연상되는 색이 포개지며 이야기를 만든다. 문의=010-4717-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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