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몇 해 전 1월 전 세계를 뒤덮었던 '한파'가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마법의 힘으로 손에 닿는 것마다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다. 아직까지도 'Let it go'하는 주제 음악만 나오면 온세상이 얼어붙은 겨울왕국의 추억에 잠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크린 속 얘기다.

최근 100년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체감기온이 영하 70도 가까이 떨어지면서 항공기 결항과 동상 환자에 사망자까지 속출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닥친 한파는 폭설에 강풍까지 동반하면서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란 이름까지 만들어졌다.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기류가 만나면서 만들어진 이 저기압 폭풍으로 인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던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주에 1989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눈이 내렸다. 동물들에게 한파는 가혹할 정도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수은주로 얼어붙은 이구아나와 기절한 거북이 등의 구조작업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거의 8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뜨겁다. 호주 시드니 서부 펜리스의 7일 기온이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47.3도까지 치솟으면서 야외 불 사용이 금지됐다.

이런 상황은 그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2016년 1월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는 등 섬 자체가 고립되는 비상상황을 경험한 바가 있다. 날씨와 관련한 기록이 갱신되는 일도 허다하다. 태풍 나리나 볼라벤 등 강력한 기상재해의 기억도 생생하다. 1924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난 90년간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고 해수면이 22.6㎝ 상승했다. 연안 어류의 반 이상이 아열대성으로 교체됐고,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은 연중 80일 넘게 바닷물에 잠긴다. 기후변화에 대한 노출 지수와 민감도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사실도 공공연하다.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경고음이다. 재해가 발생하기 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고음을 듣고도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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