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품과 서비스 등 비즈니스 주요 대상이 고령 세대로 옮겨가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데다 과거와 달리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층이 급격히 늘고 있어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25만7288명으로 전체인구(5175만3820명)의 14.02 %로 국제기구인 UN이 정한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1963년생) 은퇴가 가속하면서 내수(內需) 시장의 주요 고객이 장년층과 노년층으로 확대되고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정경제연구원은 "소비 성향이 낮은 기존 고령 세대와 달리 현재의 시니어는 외식, 오락, 여가, 문화활동에 대한 소비지출이 높아 앞으로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생은 후반전이 재미있다'일본의 대형 유통업체 이온(AEON)이 2013년 도쿄 가사이점을 대대적으로 고친 'GG몰'을 열면서 내건 광고 문구다. 55세 이상 소비자를 주 고객으로 삼은 이 매장은 가격표가 쉽게 보이도록 일반 매장보다 확대했고,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췄다. 

GG는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 위대한 세대)의 약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활동적이고, 건강하고 장수하는 은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도 넉넉한 자산을 갖고 노년을 맞이하는 계층을 그레이 달러(gray dollar) 세대라고 부르며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55세 이상 소비 계층이 앞으로 20년 동안 선진국 소비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는 기업들은 노인 전용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비자의 불편을 돕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제조사 카오(KAO)는 아이섀도 내부에 돋보기를 부착하거나, 손이 건조한 노인들이 제품을 잘 집을 수 있게 화장품 케이스 겉면을 우둘투둘하게 디자인했다. 독일 수퍼마켓 체인 카이저는 진열대에 돋보기를 놓아두고, 이동 편의를 위해 통로 폭을 넓혔다. 금융권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에게 비서 역할, 예컨대 미국 웰스파고는 65세 이상 고객에게 병원 예약이나 간호인 제공, 간단한 심부름이나 집안일 등을 지원한다. 

인생은 후반전이 보람있다.

영국의 유명한 인구사회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은퇴후 인생의 기간을 쇠퇴의 시기가 아닌 '자기 성숙과 발달의 시기'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비로소 자기를 돌아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게 되는 인생의 세 번째 단계라고 규정한다. 인생의 1단계는 학습하는 단계, 2단계는 가정을 꾸리고 사회활동하는 단계, 3단계는 은퇴하여 자아실현하는 단계, 4단계는 건강악화로 의존성이 증가하는 단계로 구분했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건강한 인생 3기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생 3기 시기가 무료하고 고립되고 어려운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인가.  혹은 성장과 도약의 시기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시니어 세대 본인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중년 혹은 노년의 삶을 평가절하해 온 측면이 강하다. 이제는 노년의 삶이 자유롭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바람직한 발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발해서 존경받는 위대한 세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재미있고 보람찬 활동영역이며 자아실현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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