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논설위원

2018년 정부와 산업계의 금년 화두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의 명확한 개념·이론·실체도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산업을 정보혁명이라고 한다면 4차산업은 정보와 지능의 결합으로 3차산업혁명보다 한단계 더 진화된 디지털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으로 생산기기와 생산품간의 정보교환이 가능한 자동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물리적 시스템을 구축한다거나 알파고(AlphaGo)와 같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초(hyper)지능을 갖는 인공지능화 존재를 구축한다는 것 등이다. 이들의 특징은 바로 초고속 기능으로 무장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을 기반으로한 연결과 지능이다. 연결과 지능을 통해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더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물론 디지털플랫폼기반의 사회와 경제 변화로 삶의 가치마저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즉 시간적, 공간적 환경과 제약을 극복하거나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반면에 인간의 활동과 지능을 대체하는 기계가 대신 일을 함으로써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고, 심지어는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여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게 되면 과학자, 의사, 학자들은 유전공학, 재생의학, 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을 연결하여 생명연장, 노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초인간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4차산업 혁명은 산업계의 혁신을 가져오고, 편리한 삶을 제공해 주는 하이테크혁명인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혁명은 기존의 일자리를 빼앗게 됨은 물론 삶의 패턴과 가치를 바꾸게 하고, 인간의 가치와 기능을 더 무력하게 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중심의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이 더 빨리 해결하고, 모든 과제를 빅데이터가 해결한다면 과연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 심사숙고하여 의사결정하는 존재, 정서와 감정을 가진 존재" 로서의 의미를 더 이상 가질 수 있을까. 지난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을 겪으면서 우리는 휴대폰없이는 불안해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노래방기계 없이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것이 기계가 요구하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생활이 되면, 더욱 더 기계의 노예가 될 뿐만 아니라 기억의 불필요성(예,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는 초등학생들), 인간성의 상실, 인간관계의 결여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파고와의 바둑게임에서 단 한번밖에 이기지 못한 이세돌 9단을 칭찬하는 이유는 바로 알파고가 우리에게 하이테크의 위력을 과시한 반면, 이세돌 9단은 그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정서, 기억력과 감성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하이터치의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서와 감성을 움직이는 하이터치산업은 바로 이런 점에서 하이테크산업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동반성장하여야 하는 산업이다. 물리적인 기능보다는 정서적인 기능, 정량적인 빅데이터 보다는 정성적인 데이터가 우리의 삶과 마음을 풍요롭게 할수 있지 않을까.  

4차산업 중심사회는 정보와 지능편향 사회가 되어 자칫 감성의 고갈과 무리한 지능조작을 요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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