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희 수필가 「조약돌의 사상」, 현정란 작가 「버디」

어느날 칠우가 모여 쟁론을 한다. 척부인이 남녀의 옷을 분간하고 길고 짧음과 넓고 좁음을 구분하는데 내 공이 크다고 뽐낸다. 그 소리를 듣고 교두 각시가 마련을 잘해도 내가 자르지 아니하면 어떻게 옷을 만들겠냐고 한소리 한다. 이 때 세요각시가 내가 꿰지 못하면 두 사람 공도 없다고 끼어든다. 청홍흑백각시도 질세라 암만 찌르고 다니면 뭐하나 내가 없으면 하나마나한 일이라고 한마디 한다. 이때 감투 할미가 웃으며 하는 말 “각시님들 자랑 마시오 나는 수도 없이 세요의 귀에 찔려도 아무 말도 안 합니다”하고 상황을 정리한다. 고전수필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다. 규방에서 쓰이는 7가지 도구를 의인화해 교만하지 말고 사리에 순응하고 성실하라는 삶의 태도를 전한다.

제주 출신 자매가 내놓은 책이 던지는 메시지도 비슷하다. 7명의 친구가 나오지 않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이가 각각의 방식으로 풀어낸 글은 그 맛이 특별하다.

현정희 수필가의 첫 수필집 「조약돌의 사상」(수필과 비평사, 1만3000원)과 현정란 작가의 청소년 소설 「버디」(현 북스, 1만3000원)다.

현 수필가의 「조약돌…」은 글을 통해 스스로를 다듬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으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고백과 더불어 어느 샌가 친구가 된 수필에 대한 감정이 수차례 손을 타며 반질반질 윤이 난다.

현 작가의 「버디」는 죽음마저 뛰어 넘은 두 소년의 우정과 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썼다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소년들의 우정과 꿈, 미래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소년의 다른 시선이 이야기의 느낌을 풍성하게 한다.

장르가 다르니 어느 쪽이 나은지 묻는 것은 칠우의 다툼에 필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충실한 글을 썼다. 자매는 남원 출생으로 언니 현씨는 제주에서, 동생 현씨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