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 차장

일제 식민지 때 일본인들이 부러워한 조선인이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石宙明·1908~1950)이다.

석주명 선생은 생물학자로서, 한국을 연구하는 국학자로서 불꽃같은 삶을 산 인물이다. 1941년 일본 방문 때 마이니치(每日)신문에는 '세계적인 나비학자 도쿄에 오다'라는 큼직한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석주명 선생은 10여 년간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 형질을 일일이 측정하고 통계를 내 '개체변이에 따른 분포곡선 이론'을 창안했다. 생물분류학의 새장을 열었다는 점도 획기적이려니와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 일을 해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석주명 선생이 1940년에 내놓은 영문판 '한국산 나비목록'은 국내외 학계의 이목을 모았고 당시 영국의 대영제국도서관에 소장된 한국인 유일의 저서였다. 석주명 선생은 나비 연구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진 연구자였다. 특히 방언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연구를 수행했다. 

방언 연구는 1943년부터 2년여 동안, 경성제대 부설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근무 기간을 1년 연장하면서까지 제주도 방언을 조사해 '제주도방언집'을 냈고 이어 제주도의 생명조사서 '제주도 문헌집'을 출간했다. 

서귀포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주명 선생을 재조명하는 기념사업이 4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사업비 26억원을 들여 아열대 농업식물과학연구소 건축물과 사업부지 1만2624㎡를 제주대학교와 토지교환을 통해 확보함에 따라 석주명 선생이 1943년부터 2년 동안 근무했던 제주대 아열대 농업식물과학연구소에 석주명 연구소를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하고 토평동 1200-5번지 일원에 영천공원을 조성한다.

관광객 유치와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도록 석주명 선생의 제주도에 대한 업적을 모아 스토리를 만들고 연구소를 체험코스로 개발하는 등 기념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세계적인 나비학자인 석주명 선생의 업적을 찾아내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