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숨진 채 사망한 정씨의 동료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자료사진

7일 숨진 채 발견된 조교사 여전히 발인 못해
도의적 보상 요구에 마사회 '책임 없다' 난색

속보=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조교사가 보름째 영면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과 동료 조교사들이 도의적인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마사회는 '책임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7일 제주시내 한 농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렛츠런파크 제주 조교사 정모씨(49)는 보름이 지난 22일 현재까지 제주시내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정씨의 유족과 동료 조교사들이 한국마사회의 적절한 보상과 사과가 있을 때까지 발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과 동료들은 정씨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국마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본보 1월 10일자 5면·11일자 4면).

조교사의 수익은 본인이 관리하는 말의 성적에 따라 차등 분배되는데다 성적 저조로 4년 동안 2회 이상 경고를 받을 경우 아예 면허가 정지되는 등 고용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남겨진 자녀들의 교육비 등 최소한의 도의적인 보상을, 동료 조교사들은 기형적인 구조에 대한 개선을 한국마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정씨의 유족들은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과 사과를 요구할 뿐인데 한국마사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2주 넘게 차가운 곳에 모시고 있는 게 너무 힘들다. 하루 빨리 편안한 곳으로 모시고 싶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는 고인을 위해 도의적인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30여년간 제주 경마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유족과 협의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들의 교육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다소 난처한 요구"라며 "구조개선 역시 보다 나은 경마를 위한 불가피한 경쟁시스템으로 변경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