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 대우

1952년 12월 5일 영국 런던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런던시내의 하늘은 구름으로 가려지고 짙은 안개가 지면을 덮어 낮에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급기야 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영국은 가정이나 산업체에서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석탄 연소에 따른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대기중으로 배출됐고, 무풍현상과 기온역전으로 오염된 대기가 퍼지지 못하고 지면에 정체했다. 공장과 가정에서 배출된 연기(smoke)와 안개(fog)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는데, 이러한 스모그 현상은 그해 9일까지 닷새동안 지속됐다.

1952년 영국 런던에서 대기오염으로 일어난 환경 대재앙인 '더 그레이트 스모그(The Great Smog)'다.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시민 1만2000명이 호흡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1953년 비버위원회를 설립해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1956년에 대기오염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세계 모든 나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최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겨울철 우리나라 기후 특성인 '삼한사온'에 빗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북풍이 부는 사흘은 춥고, 서풍이 부는 나흘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걱정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침에 눈을 뜨면 대기상태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됐다. 

또한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놓고 여론은 물론 정치권의 찬반 논쟁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등 미세먼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위협요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정부 차원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정치권도 미세먼지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부모들이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걱정없이 바라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